경제·금융

‘원高’ 증시 새변수 부상, 기업수출ㆍ채산성 악화

최근 원ㆍ달러 환율 하락세(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북핵 문제와 이라크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짓눌린 국내 주식시장에 새로운 악재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국내 주요 기업들의 지난해 4ㆍ4분기 실적발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단 두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한 가운데 환율이 급속도로 하락, 증시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 하락세는 미국 경기회복 지연 등에 따른 달러화 약세가 근본 원인이라며 환율이 새로운 증시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환율 움직임을 고려한 중장기 투자전략을 세울 때라고 권고했다. 종합주가지수는 15일 미 증시 강세에도 불구하고 전일보다 1.76포인트 떨어진 648.29포인트로 마감했다.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쏟아진 것이 주원인이지만 수출주들이 약세를 보인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날 삼성전자ㆍLG전자ㆍ기아차 등 대표 수출주들은 실적에 대한 우려와 함께 환율 하락을 의식한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로 동반약세를 보였다. ◇환율하락 추세 당분간 이어질 듯=이날 오후 4시 현재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원3전 떨어진 1,1754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말 1,200원대 밑으로 떨어진 원ㆍ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이날 장중 한때 1,171원까지 밀리며 1,170원선 마저 위협했다. 이 같은 환율 하락은 미국의 경기회복 지연과 저금리 상황, 이라크 전쟁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달러화 약세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누적된 경상적자와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대응책으로 부시 행정부가 달러화 약세를 방임하고 있어 당분간 환율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상재 현대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원ㆍ달러 환율이 엔ㆍ달러 환율에 연동돼 움직이는 만큼 일본 경제가 허용할 수 있는 엔ㆍ달러 환율 마지노선을 115~116엔 정도로 봤을 때 원ㆍ달러 환율도 1,150원대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하락은 수출기업과 주식시장에 악재=최근의 환율 하락 추세로 국내 수출기업들의 수출전선에 빨간 불이 켜졌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대표 기업들이 올해 경영계획을 짜면서 예상한 올해 평균 환율이 대략 1,100~1,200원대 사이인 만큼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경영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또 환율 하락은 고정환율제를 시행하고 있는 중국산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로 인해 환율 하락은 개별종목뿐 아니라 주식시장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비위축에 대한 우려로 내수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마저 발목이 잡힐 경우 주식시장도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박윤수 LG투자증권 상무는 “국내 경제가 건실해 환율이 하락한 것이 아니라 선진국들의 환율경쟁에 의해 환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수출회복을 기대하는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이후 종합주가지수와 원ㆍ달러환율간 상관관계를 살펴봐도 지난해 10월 지수 급락기에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던 환율과 지수는 지난해 12월 이후 다시 동조화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환율하락 수혜주와 시장지배력 높은 종목 주목=환율 하락추세가 지속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수입비중이 높고 외화부채가 많아 환율 하락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환율이 떨어질 경우 수입비중이 높은 기업은 영업이익이,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은 경상이익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우증권은 환율하락 수혜주로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은 대한항공ㆍSKㆍCJㆍ삼양제넥스 등과 외화부채가 많은 하이트ㆍ농심ㆍ대상사료ㆍ대한제분 등을 꼽았다. 또 환율 하락기에 수출주보다 내수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지만 최근 소비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내수주 투자 메리트는 그리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종목별 차별화를 촉진시켜 시장지배력이 높은 선두종목군이 주목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보성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에 따라 기업 실적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환율하락 수혜주가 부각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지배력을 갖춘 기업이 주도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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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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