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6일] 마음만 급했던 4대강 소송

재판관이 형사 법정에 들어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법정에 출석한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다. 설령 피고인이 유명인이거나 여러 번 얼굴을 맞대고 재판을 진행했더라도 절차는 언제나 동일하다. 번거로워 보이지만 법정에서 이런 절차를 거치는 이유는 행위의 주체를 확실히 하지 않고서는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이 논리는 곧 우리 헌법이 독재가 아닌 법치주의를 통치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과도 맥이 통한다. 따라서 국가가 벌을 내리기 위해 진행하는 형사재판이 아니더라도 어느 재판에서든 소송 당사자의 신원은 기본 중의 기본일 수밖에 없다. 이 기본을 떠올린다면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판결선고를 내놓은 '4대강 공사 중지'소송은 좀 이상하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이 원고로 등록한 6,129명 중에서 40명이 미성년자라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재판부가 미성년인 원고들에게 법정대리인인 부모님의 동의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해 관련 서류를 보완하기 전에는 더 많은 수가 만 19세 미만이었다. 또 국민소송단이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을 때 원고 명단에는 '00엄마'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이도 있었다. 원고가 자신의 주소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 법원 실무관이 발을 동동 구른 사례도 부지기수다. 국민소송단 측 변호사에게 왜 미성년자인 원고들이 부모 동의서를 제대로 받지 못했는지 물었다. 재판부의 거듭된 원고명단 보완 요구에도 40명에 달하는 미성년자가 존재하는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는 "원고명단을 관리하는 것은 변호사가 아닌 실무진의 몫"이라며 "앞으로 강을 사용할 미래세대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 넓은 목적에서 보면 미성년자도 우리 국민이고 정부사업에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미래세대를 위한다는 이상과 목적을 위해서 당연히 밟아야 했던 절차를 무시하는 것, 이는 그들이 그토록 비난했던 국가의 모습이다. 다음 소송에서는 정당한 목적을 좇는다는 이유로 절차를 무시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