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변죽만 울리는 통상임금 논의

지난 18일 통상임금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노사정위원회 토론회가 열렸다. 법학ㆍ경영학 등 학계와 정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꼬일 대로 꼬인 문제의 해결 실마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토론에서 나온 얘기는 '노사 대화가 필요하다' 등 그동안 제기됐던 주장에서 한 발짝도 더 못 나간 원론적인 내용뿐이었다. 무엇보다 토론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1시간 반이라는 촉박한 시간에 10여명의 전문가들이 돌아가며 각자의 주장을 '강의'하는 동안에 토론이 끝나 버렸다. 각자 입장만 발표하고 끝나는 것이라면 저명한 전문가들을 굳이 한자리에 모을 필요도 없다.

통상임금은 초과수당ㆍ연차수당 등을 계산하기 위한 일종의 기본급 임금을 말한다. 애초에는 통상임금에 각종 수당과 상여금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통상임금이 불어나면 초과수당 등도 덩달아 커진다. 노동계는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줄지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기업은 패소하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해 걱정이 크지만 어찌 대응할지 몰라 발만 구르고 있다. 노사 간 갈등의 골도 갈수록 깊어간다. 혼란을 교통 정리해줄 정부와 전문가들의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점 때문에 통상임금 토론회가 지난 한 달 동안 4번이나 열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토론회가 말 그대로 변죽만 울리는 수준에 그쳤다.


사실 통상임금 문제는 전문가들 간 의견이 갈려 논쟁이 필요한 '가려운 곳'이 제법 있다. 통상임금 문제를 푸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국회 차원에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정부가 직접 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입법 이전에 노사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이런 부분은 치열한 논쟁을 통해 어느 정도의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풀어가는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실효성 여부 역시 논쟁과 합의를 기다리고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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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21일 본격적인 협의체인 '임금제도개선위원회'가 만들어진다. 여기에서는 실속 있는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 전문가들이 모이는 것만으로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사태가 급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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