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내외 경제전문가에 듣는다] <4> 로버트 호매츠 골드만삭스 부회장

"한국경제 내년부터 회복 소비자들 지갑도 열릴것"<br>"최고경쟁력 정보통신이 성장세 주도 대기업 투명경영ㆍ지배구조개선 뚜렷 美대선이후 보호무역 강도는 약할듯"

[국내외 경제전문가에 듣는다] 로버트 호매츠 골드만삭스 부회장 "한국경제 내년부터 회복 소비자들 지갑도 열릴것"최고경쟁력 정보통신이 성장세 주도 대기업 투명경영ㆍ지배구조개선 뚜렷 美대선이후 보호무역 강도는 약할듯 • 79~81년 美통상정책 진두지휘 • 글렌 허버드 美컬럼비아대 교수 • 장수광 中톈쩌 경제연구소장 • 사공 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약 력 ▦미국 터프트대 졸업 ▦플레처스쿨 국제경제학 박사 ▦국가안보위원회 수석위원 ▦미국 무역대표부 대사 ▦경제산업국 차관 ▦프린스턴대 객원교수 ▦도요타자동차 해외고문 ▦골드만삭스 부회장 겸 운영이사 “한국 경제는 내년 상반기부터는 점차 회복될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국내 소비위축을 우려해 일본처럼 장기불황의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현재 기업들의 시설투자가 살아나고 내년부터는 짓눌렸던 소비자들의 지갑도 서서히 열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정보통신 등 핵심 성장분야가 있고 높은 수준의 노동력을 확보하고 있어 불황탈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봅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막삭스의 로버트 호맷(사진) 부회장은 한국경제가 정보통신분야에서의 강한 경쟁력과 질높은 노동력, 금융시장의 투명성 향상 등 산업과 기업들의 체질이 강화되고 있어 비록 지금은 한국의 경제성장이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뒤져 있는 느낌이지만 내년부터는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맷 부회장은 뉴욕 월가에서 미국과 아시아 경제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전망을 제시하는 국제적인 분석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미국 국무부 경제산업국 차관보와 무역대표부(USTR) 대사를 지내 실무와 정책수립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 특히 일본과 중국, 한국 등 아첸튿물「?수시로 방문해 기업가와 정책당국자들에게 금융과 투자환경에 관해 조언하고 정책결정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 아시아 경제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맨허튼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 뒷편에 있는 골드만삭스 빌딩에서 호맷 부회장을 만나 한국 경제의 현상황과 앞으로의 전망, 미국 등 세계 경제의 흐름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한국 경제가 낮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 한국 경제는 내수가 부진한데다 물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어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국시장을 주시했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제는 중국과 일본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투자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얘기가 되지요. 그러나 저는 한국 경제의 지금 상황을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신용카드 위기에서 벗어나 소비도 점차 살아날 것이고 기업들의 시설과 자본투자도 다시 기지개를 켤 것이라고 믿습니다. 특히 고유가 등 원자재 가격상승이 물가상승과 소비감소로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원자재가격이 안정되면 소비심리도 살아날 것입니다. 따라서 내년 중반부터 한국 경제는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계신데요, 그럼 현재 한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그 이유는 2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지난해 불거졌던 신용카드와 금융산업 부실여파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금융회사들이 신용도를 감안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고객확보에 나서면서 기업들의 부실은 물론 대규모 신용불량자를 양산했습니다. 이 문제는 당장 해결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다음으로 고유가와 물가상승이 소비부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대외에너지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국가입니다. 40달러를 넘은 국제유가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철강 등 원자재가격도 생산과 소비자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실질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다 보니 소비가 얼어붙을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럼 1년 후에는 이같이 상황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뺑楮? ▦그렇습니다. 먼저 은행 등 금융산업이 선진화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신용카드 사태의 부작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신용불량 문제도 해결의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원자재 가격도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될 경우 떨어질 〈?봉?높습니다. 이는 높은 원자재가격으로 비용이 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 투자유인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될 것입니다. 점진적이고 제한적이지만 생산과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조짐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화제를 돌려 한국의 경쟁력에 대해 여쭈겠습니다. 세계 경쟁국과 비교해 한국 경제의 비교우위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수준높은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는 노사분규 등 노동시장 불안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정보통신과 바이오, 나노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다 대학교육을 통해 배출된 인력들이 첨단 산업업종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한국은 세계최고수준의 인터넷과 무선통신 등 정보통신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는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것입니다. 저는 월가 투자자들로부터 “한국시장 투자가 어떠한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라고 짧게 얘기하지요. 하지만 노동시스템에 대해서는 한국정부가 공부를 해야 합니다. 미국 투자은행의 경우 노동시장이 매우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고 해고와 재취업 등 노동시장의 신축성과 유연성이 높습니다. 한국 정부도 경직된 노사문화와 관계를 바로 정립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노사분규가 연례 행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한국 기업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은행과 증권 등 금융기관은 물론 대기업들의 경영투명성과 지배구조개선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금융시장을 한단계 발전시키고 기업들의 체질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영이 투명하지 못하고 지배구조가 왜곡되면서 많은 대기업들이 도산하거나 몰락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기업 투명성이 높아지고 회사 정보가 주식투자자,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제대로 제공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촉매제가 되는 등 자본확충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최근들어서는 한국 기업들도 이 같은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어 체질이 눈에 띄게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대한 보호무역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민주당의 대통령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이나 조지 W. 부시 대통령 모두 11월 대선을 앞두고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을 염두에 두고 보호무역 성격이 짙은 경제정책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11월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가에 상관없이 보호무역의 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미국이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보호무역을 강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다소 무역통상 관계에 잡음은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큰 줄기는 자유무역기조로 갈 것입니다. -이제는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경제에 대해 여쭈겠습니다. 미국정부가 경제통계를 발표할 때마다 성장세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저는 미국 경제의 성장속도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봅니다. 가계소비가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부시 행정부가 소비진작을 위해 감행한 감세정책의 효과가 점차 떨어지고 있고 금리상승에 따른 주택재융자가 위축되는 것도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소비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해 8월 이후 15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며 고용시장이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에 따른 실질임금은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어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고 있는게 대표적인 반증입니다. 미국은 올해 전체적으로 3% 이상의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할 것입니다. -물가상승과 관련해 미국의 금리인상의 속도를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미국 경제는 1분기에 보여줬던 성장세는 둔화되겠지만 성장세는 계속될 것입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불안으로 이어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올해 4차례 남은 FOMC 회의에서 모두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끌어올려 올해 말에는 연방금리가 2.25%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내년에도 FRB는 금리인상을 꾸준히 단행해 2005년까지는 중립적인 금리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4년처럼 1년 동안 단기금리가 3% 포인트 인상되는 급격한 조치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확신하지만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가장 걱정하는 것처럼 고유가가 이어지는 등 물가압력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공격적인 금리인상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중국이 아시아의 거대한 용은 물론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서도 점차 경쟁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으로 보십니까. ▦우선 중국경제의 전망에 대해 경착륙할 것이다,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다는 등 의견이 엇갈리지만 저는 중국이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도 많은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생산기지를 중국 등 해외로 옮기고 있는데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일본을 방문하고 대기업 임원들을 만나 봤는데 일본도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더군요. 아웃소싱으로 특정분야의 일자리가 감축되는 면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더 큰 혜택을 안겨준다고 봅니다. 중국과 한국은 반도체 등 여러 부문에서 라이벌관계에 있지만 중국은 보완관계에 있다고 봅니다. 중국과 한국은 더불어 성장하는 경제친구라고 보는게 더 바람직할 것입니다. 한쪽의 성장은 다른 쪽의 성장을 이끌게 되지요. 비록 한국과 중국이 세계시장에서 경합하는 제품이 많아 경쟁하게 되지만 더 큰 파이(시장)를 만들 수 있어 결국은 모두에게 혜택이 될 것입니다. 뉴욕=서정명특파원 vicsjm@sed.co.kr 입력시간 : 2004-08-0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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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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