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건을 맡는 것은 변호사로서는 항시 감사드릴 일이지만, 매주마다 다양한 사건들을 맡다 보면 사업을 한다는 것이 또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달프고 복잡한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다양한 사건을 통하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들과 한 팀이 되어 하나의 결론을 위하여 뛸 수 밖에 없다.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법률업무를 하다 보니, 결국 특허분쟁이든 라이센스 프로젝트이든 업무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를 담당하는 사람이고,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와 의사결정권을 가진 임원,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변호사가 함께 뛰는 2인3각 혹은 3인4각 경기임을 철저하게 깨닫게 된다. 어린 시절 운동회에서건 회사의 체육대회에서건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다 뛰어봤듯이, 2인3각 경기를 잘 뛰기 위해서는 개별 선수들 스스로가 잘 뛸 수 있는 사람일 뿐 아니라 선수들간의 조화와 협력 역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관련 문서를 숙지하는 직원과 적시에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주는 임원, 법률이론에 능통하면서 이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변호사라면 최고의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관련 문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직원, 결정을 미루는 임원, 공부하지 않는 변호사가 있다면 그 팀은 누군가의 발에 걸려 중간에 넘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2인3각 경기를 뛰기 이전에 선수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의 하나이다. 아무리 훌륭한 직원을 많이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직원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애초 선수구성의 단계에서부터 성공 가능성을 엄청나게 낮추는 패착을 스스로 범하는 것이 될 것이다. 사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요즘은 국내기업에서도 지적재산권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인력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식은 여전히 회사 내에서도 개인적 차원에 머물고 있으며 이를 회사 자체의 자산으로 변환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난 4월 모 유명제과체인은 '피겨여왕' 김연아의 이름을 붙인 케이크를 출시하면서 당해 케이크 위에 네티즌이 고안한 디자인을 도용한 장식물을 올렸다가 저작권침해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회사가 많은 홍보비용을 들여 야심작으로 출시하는 제품에 일러스트레이션 장식이 들어 있을 때, 결재라인에 있는 수많은 임직원 중 그 누구도 일러스트레이션의 출처를 체크할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면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만약 이를 체크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인식을 가진 임직원이 존재하였음에도 그 결재라인에 애초부터 들어가 있지 않았다면 이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닐까. 성공적인 2인3각 경기는 선수선발과정의 시스템 정비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