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꾼에 금품제공 VIP구좌 개설여파 영업정지 등 한때 위기/“비온뒤 땅 굳는다” 자성론·물갈이 단행 주가회복 등 다시 상승세
총회꾼에 대한 금품제공혐의로 여론의 따가운 질책과 검찰의 엄격한 수사를 받은 일본의 노무라(야촌)증권이 강한 재기의욕을 보이고 있다.
일본 최대의 노무라증권은 올들어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지난 4월 총회꾼에게 부당이득을 제공한 사실과 고위 공무원 2백명에 대한 VIP구좌를 개설한 사실이 잇달아 밝혀졌기 때문이다.
노무라는 이 사건들과 관련, 고위 간부를 해임한데 이어 지난달 30일 대장성으로부터 일본 사상 최장의 업무정지처분을 받았다. 오는 12일까지 1주일간 전점포에서 주식관련업무가 정지되며 사건에 직접 연루된 본점 제1기업부는 12월5일까지 4개월간, 본점의 타부서는 9월5일까지 1개월간 유가증권매매 등의 업무가 정지된다. 전체수익의 25%에 달하는 위탁수수료 수입이 격감하고 회사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치명타를 맞은 것이다.
노무라증권을 강타한 악재는 주가에 바로 반영됐다. 2만엔을 육박하던 노무라의 주가는 지난 4월초 1천1백엔으로 곤두박질했다.
그러나 노무라의 저력은 곧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총회꾼 및 고위 공무원 특혜사건의 회오리가 언론의 집중 관심권을 벗어나면서 노무라의 주가는 빠른 회복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1일에는 최저치보다 5백엔이상 오른 1천6백80엔에 마감됐다.
증권전문가들은 노무라의 주가가 3년내에 3천엔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터 알테르 쟈딩 플레밍증권 분석가는 『노무라는 8기통 엔진 자동차와 같다』며『이번 총회꾼 사건으로 엔진 1기통에 일시적인 피해를 입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노무라측은 이번 사건으로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90년대초부터 일본 증권업계 1위를 고수하는 가운데 은연중에 빠져든 자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것. 노무라가 독주로 눈이 어두어지는 동안 세계 유수의 증권사들이 젊은 인재들을 영입, 신기법 신기술로 무장하고 있었다는 자성론이다.
게다가 사태수습을 위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은 점도 밝은 미래를 점치는 주요 요인이다. 그동안 일본기업의 인사관행인 연공서열에 얽매이다 보니 새로운 시대에 맞는 참신한 인물 수혈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구세대의 대표주자 사카마키 사장이 물러나고 회사역사상 50년만에 최연소사장이며 국제적 감각이 탁월한 우지이에 주니치 사장이 취임한한 것은 최근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금융빅뱅의 흐름에도 잘 맞는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
노무라의 불행으로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지못하고 있는 점도 노무라의 재도약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총회꾼 사건과 관련 일본검찰의 수사가 라이벌인 야마이치(산일)증권에 확대되는 등 일본 증권업계 전반으로 사건이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나은 것일까. 먼저 한바탕 폭풍을 만난 노무라에 비해 뒤늦게 된서리를 맞은 경쟁사는 이번 스캔들로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 4위 증권사인 야마이치증권은 지난 31일 주가가 전일보다 20엔(7.1%) 하락한 2백60엔을 기록했다. 2위인 다이와(대화)증권과 3위인 닛코(일흥)증권도 별 혐의점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태다.
노무라는 재기의 포석으로 해외영업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각 지역별로 산재해 있던 투자거점을 단일 조직으로 재구성한다는 것. 우지이에 사장은 『과거 노무라는 모든 금융 부문을 다루는 백화점과 같았다』며 『인수 및 합병(M&A)과 금융파생상품 강화와 사내 리스트럭쳐링(구조재조정)을 본격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최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