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림칼럼] 스타 과학자 탄생을 바란다

’장래 희망은 과학자’. 우리가 어릴 적 생활기록부에 자주 썼던 문구다. 그러나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직업으로 의사ㆍ변호사 이외에도 연예인ㆍ운동선수 등 우리가 이전에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직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만큼 사회가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현상이라 할 수도 있지만 청소년들 사이에서 과학자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히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씁쓸한 기분이 들고는 한다. 지난 90년 말에 터진 IMF는 우리나라 경제를 마비시킨 국치였지만 과학계에서는 연구에 종사하던 과학자들로부터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큰 사건이었다. 경영이 힘들어진 회사에서는 생산라인과 관계가 없다고 여긴 연구자들을 최우선 정리 대상으로 퇴사시켰으며 이때 많은 연구자들이 실업자로 전략하는 비운을 맞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2000년 들어서 학생들이 이공계로 진학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고 이와 같은 결과는 IMF 시절 연구자들이 회사에서 정리 대상 1호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학부모와 학생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당연한 이유에서 기인된 것이었다. 그 시절에 필자가 모 방송사의 ‘이공계 위기의 극복’이라는 프로에서 “요새 청소년들은 감수성이 민감해 보고 듣는 것으로 모든 일을 판단하므로 이들에게 과학자도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으며 모든 국민들에게 과학자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학생들이 이공계로 진학하고자 할 것이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국민과학자’로 황우석 교수가 과학계에 탄생해 과학의 발전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모든 국민들에게 안겨주었다. 이로 인해 생명과학과 줄기세포라는 단어를 모르는 국민이 없을 정도로 과학이 대중문화로 자리를 잡았고 이공계로 학생들을 모으는 응집력을 발휘했다. 물론 황우석 사건이란 대한민국 과학계에서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끝나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과학계에 스타가 존재할 경우 스타가 과학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됐다. 필자는 연예계와 같이 과학계에서도 스타가 탄생해 과학계를 이끌어야 한다고 변함없이 주장하고 있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스타는 언론 플레이만 하는 스타가 아닌 실력에서 인정을 받는 스타를 의미한다. 그리고 스타 과학자를 키우기 위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평등에 대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교 평준화는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가장 문제시돼온 정책으로 교육의 질을 하향 평준화시켰다고 대학 교수들은 비평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교수들은 평등해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으며 교수 사회에서 스타가 나오는 것을 내심 원하지 않고 있다. 교수가 평등만을 추구할 경우 경쟁력을 잃은 교수로 전략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경쟁보다는 평등을 원하는 것은 주위에 있는 스타 교수의 풍요가 자신을 빈곤하게 느끼도록 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 대학에서 스타 교수를 영입해 학교 발전에 박차를 가하는 풍토가 생기고 있어 대학가로 스타 교수 제도의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스타 과학자를 키우기 위해서는 제도가 잘 정비돼야 한다. 스타 과학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연구에 몰두하도록 다양한 종류의 인센티브 등을 포함한 모든 지원을 아낌없이 해줘야 한다. 이럴 때 스타 과학자는 젊은 과학자들의 ‘롤 모델'이 돼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정진하는 촉매적인 작용을 할 것이고 청소년들이 다시 한번 “장래 희망은 과학자”라고 이야기하는 날이 올 것이다. 과학의 발전 없이는 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없으므로 과학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우수한 학생을 과학계로 유도함과 동시에 유능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또한 과학자들 사이에서 경쟁을 유발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 스타 과학자를 각 분야에서 한두 명이 아닌 수십 명을 배출해야 한다. 이럴 때에 우리가 염원하고 있는 노벨상 수상자가 대한민국 과학계에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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