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검찰·사개추위·법원 형소법개정안에 3색 반응

검찰 "부정부패 수사는 끝… 피고인 인권위해 사회정의 희생"<br>사개추위 "검찰의 과민반응"..법원 "왜 우리에게 화살 돌리나"

검찰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국민의 사법참여를 확대하고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강화를 위해 기존 재판제도를 상당히 변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원은 실체적 진실 발견과 피고인의 인권보장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대세라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오히려 검찰 수사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사법질서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해 개정안에 대한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형소법 개정안 내용은= 사개추위는 국민의 사법참여 확대 및 공판중심주의 강화와 관련, 배심ㆍ참심제 혼용방안의 도입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과 기존 형소법 개정안을 다루고 있다. 형소법 개정작업도 함께 이뤄지는 것은 배심ㆍ참심제 특별법이 기존 형사재판제도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는 만큼 형사재판의 기본법인 형소법도 손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사개추위가 마련한 형소법 개정안 초안 중 문제가 되는 것은 우선 피고인이 검찰에서 작성한 신문조서의 내용을 법정에서 부인하면 이 조서를 아예 법정에 증거로제출할 수 없게 하는 대목 등이다. 다만 검사나 검찰 수사관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이 검찰에서 진술한내용을 증언하면 이 증언은 판사의 판단에 의해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을 열어두고있다. 반면 경찰 단계의 조서는 피고인이 부인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찰관이 법정에서 진술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차단하고 있어 피고인이 부인하면 한마디로 휴지조각과 다름없게 된다. 피고인 신문조서가 아닌 참고인 신문조서에는 더욱 엄격한 제한이 가해진다. 피고인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부인하더라도 검사나 검찰 수사관의 법정 증언이라는 기회를 열어두고 있지만 참고인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부인하면 검사 등의 법정증언 절차조차도 마련해두지 않은 것이다. 참고인의 경우 검찰에서 시인했다가 법정에서 부인하면 검찰 입장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에서 검사의 신문이 허용되지 않고 수사단계의 서류와 증거물 대부분은 원칙적으로 공판 전에 피고인측에 공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검찰 입장= 검찰은 공판중심주의 강화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현재 사개추위의 논의가 다른 국가의 입법례에 비춰 너무 앞서나가 있어 사법정의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피고인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 수사권의 약화를 불러오고 결과적으로 정작 중요한 사법질서나 피해자의 인권은 오히려 침해받을 수 밖에 없다는것이다. 특히 피고인 신문조서나 참고인 신문조서에 대해 피고인이 법정에서 부인하기만하면 증거로 제출하지 못하게 한 초안이 확정된다면 당사자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뇌물 등 부정부패 수사는 이제 물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 사건은 현금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 당사자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수사과정에서 어렵게 참고인이나 피고인을 설득해 자백을 받아냈어도 법정에서 부인하면 무용지물이 돼버리니 막막한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사개추위가 배심ㆍ참심제 혼용 방안을 도입하면서 법원이 다른 국가의배심제와 참심제 중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선택해버려 기형적 재판구조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배심제는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혜택을 피고인에게 주는 대신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 자백한 공범에게 형을 면제하거나 낮춰주는 증언면책제도, 법정에서 허위진술시 엄하게 처벌하는 사법방해죄 등을 갖추고 있지만 사개추위에서는 이런 부분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 검찰 관계자는 "사개추위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건의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재판제도를 바꾸려면 검증된 선진국가의 제도로 가야지, 짜깁기식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상황은 검찰의 수사권을 법원이 가져가겠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수사기관이 수사권을 잃는 상황에서 검ㆍ경 수사권 조정이나 공직부패수사처 설립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개추위ㆍ법원 입장= 사개추위나 법원은 수사권 문제가 논의된 적조차 없는데 법원이 검찰의 수사권을 가져간다느니 하는 표현은 옳지 못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사개추위 관계자는 "수사권 폐지니, 무력화니 하는 말이 나오는데 공판중심주의가 수사권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사개추위도 검찰이 우리 사회를범죄로부터 방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검찰이 지나친 엄살을 떨고 있다는 것. 사개추위는 그동안 검찰 조서에 지나친 증거능력을 부여해 왔고 이것이 법정에서 피고인이나 참고인 등의 생생한 진술이 아닌 조서에 의존하는 조서재퓽막?이어진 만큼 이번 기회에 이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조서중심의 재판은 결국 검찰이 자백에 의존한 수사를 하도록 유인하는 원인이 돼 강압이나 고문 등 사건 당사자에 대한 반인권적 행위를 유발한 것 아니냐고반문한다. 플리바게닝, 증언면책제도 등 검찰이 주장하는 보완책에 대해서는 사개추위에서논의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개추위 관계자는 "사개추위는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가 정한 범위 내에서만논의할 수 있는데 이들 제도는 사개위에서 다뤄지지 않은 내용이다. 검찰이 다른 기구 등을 통해 적극 논의를 진행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사개추위의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검찰이 주장하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불쾌한 표정이다. 법원측 사개추위 관계자는 "검찰은 법원이 사개추위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우리도 검사ㆍ변호사ㆍ교수들과 함께 사개추위 구성원의 일부일 뿐이어서 검찰의 그런 시각은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법원 관계자는 "사개추위 방안 중 일부는 법원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져 인적ㆍ물적 여건을 충분히 갖춰야 해 오히려 부담스럽고 내부에서 문제제기도 있다. 그러나 전체 의견이 모아지면 법원도 거부할 수 없어 걱정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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