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 4대강과 세종시에 대한 예산심의를 놓고 여야가 양보 없는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에 대한 항목별 세부 예산내역을 제출할 때까지 국토해양위와 예결특위의 예산심의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고 한나라당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회기 내에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맞섰다.
국회는 12일부터 정부가 제출한 291조8,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상임위별 예산심사를 거쳐 오는 20일 예산결산특위의 심의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운영위를 비롯해 교육과학기술위ㆍ국토해양위ㆍ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ㆍ정보위 등은 4대강 사업과 미디어법으로 인해 예산 심의일정조차 협의를 하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의 최대 '난관'은 무엇보다도 4대강 사업과 '세종시'다. 특히 오는 2012년까지 본 사업비만 22조2,000억원이 소요되는 4대강 사업의 내년 사업비는 6조7,000억원(정부 예산 3조5,000억원+수자원공사 부담분 3조2,000억원)에 달해 예산심의가 지연되면 공사 차질은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4대강 예산을 예년 하천정비 사업 예산 수준인 1조원 이내로 대폭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4대강 공식 예산 외에 부처별로 4대강 사업추진을 위해 '위장'된 예산까지 합하면 실제 4대강의 정부예산은 5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자체 집계, 이 부분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삭감을 추진하기로 했다. 동시에 4대강 턴키 공사가 불법 발주됐고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면서 위법성을 집중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첫 포문으로 '심의거부'라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정책 의원총회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실질적 예산심의가 가능하도록 구체적 내역 제출시까지 국토위의 예산심의를 중단하고 예결위 운영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심의거부' 움직임에 대해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9일을 예산처리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야당의 지연작전에 단호히 대처하기로 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민주당은 예산의 불과 1% 남짓한 4대강 예산을 전체 예산과 연계하는데 이는 정략적인 발목잡기의 전형"이라면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다만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반대가 심할 경우 순차적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도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처리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가 의사일정에 합의해 예결위가 다음주부터 가동된다 하더라도 종합정책질의(3일)와 부처별 심사(4일), 예산안 삭감ㆍ증액 규모를 결정하는 계수조정소위 활동기한을 감안하면 다음달 2일까지 처리하기에 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