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CHOICE 러셀 로버츠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
“일자리를 보지말고 사람들을 보게. 컴퓨터 소프트웨어 수입을 금지하고 그 일자리들을 햄버거 굽는 사람들을 위해 남겨 놓는다고 해서 이 사람들이 소프트웨어 설계가가 될 수는 없지. 그래,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미국은 더 가난해질 걸세”
19세기 경제학자 리카도(1772-1823)가 다시 태어난다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입안하려는 미국의 정치인들에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말이다. 세인트루이스 시에 소재한 워싱턴 대학교 미국기업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저자는 리카도를 통해 자유무역의 잇점을 다시 강조한다. 지난 1960년대 일본과의 경쟁에서 보호무역을 지지하는 텔레비전 사장 에드 존슨과 리카도의 조우를 가상하고 쓴 이 경제소설은 대외적으로는 시장 개방을 통한 자유무역을 강조하면서도 대내적으로는 보호무역의 유혹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미국의 정치ㆍ사회ㆍ경제적 풍토를 꼬집는다.
저자 역시 자유무역이 비교우위에 의한 생산 특화를 통해 미국을 더욱 자유롭고 부강한 번영의 길로 인도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장이 해체되고 실업자들이 양산되는 현상을 막을 수는 없다. 투자와 생산이 탄력적으로 조정돼 비경쟁 품목을 대체할 새로운 신제품이 경쟁력을 획득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도 미국의 TV공장은 사라지고 그 대신 40년후에 일본에 신약을 수출하는 새로운 바이오 기업이 등장한다. 리카도의 주장은 적중했지만 오랜 조정기간의 고통을 감수할 국민들의 `용기`와 현명한 `선택`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