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여개국서 발생 총 816명 사망 '대유행'<br>英·멕시코 GDP감소등 경제 위축 우려 확산<br>기업들 경쟁력 하락 대비 백신구입등 대책 분주
|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입국 절차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지난 5월 중국 정부의 검역원들이 상하이(上海)공항에 도착한 뉴욕발 항공기 안에서 탑승객들의 체온을 재는 등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상하이=블룸버그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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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H1NI, 신종인플루엔자)가 이제 막 바닥에서 탈출하기 시작한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큰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금융위기로 깊게 패인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신종플루의 급격한 확산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돼 세계 경제가 치명상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염병 경보단계를 6단계인 '팬더믹(Pandemic)'으로 격상한지 50일만에 신종플루는 팬더믹이란 표현 그대로 대 유행하는 상황이다.
지난 27일 현재 전세계 190여개 국에서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했으며 816명이 숨졌다. 워낙 빨리 확산되는 탓에 환자수는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해 "지구상에 숨을 곳은 없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신종플루로 야기될 세계 경제의 피해를 예측하는데 분주하다. 아직은 신종플루 창궐 초기 단계인 만큼 편차가 있지만, 세계 경제가 위축될 것이란 데는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유럽 다이와증권의 이코노미스트인 콜린 앨리스는 "선진국에서는 소비 심리가 위축돼 소매 판매가 줄어들 것이다. 영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1.5% 감소가 예상된다"면서 "그렇지만 아직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중국에서 큰 피해가 발생한다면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문제연구소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시드니 웨인트럽은 "모든 일이 계획대로 잘 풀린다면 미국의 GDP 감소폭은 0.5% 내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백신이 신속하게 공급되지 않아 8~9월에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GDP가 1.3~1.5%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은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에 노출된 나라다. 언스트&영은 최근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할 경우 영국의 경제 성장률이 올해 3%포인트 추가로 하락하고, 내년에는 1.7%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언스트&영은 영국인 중 절반이 신종플루에 감염되는 경우를 가정했다. 영국에서는 현재까지 10만 명 이상이 신종플루에 걸려 이 중 30명이 사망했다.
신종플루의 진원지로, 138명이 숨진 멕시코 경제도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유엔의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담당 애널리스트는 "올해 멕시코의 GDP가 신종플루로 인해 0.3~0.5%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ING의 국제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롭 카르넬은 "감염자 대비 사망자 비율이 급증하지 않고 언론 매체가 공포심을 낮추는데 기여한다면 (신종 플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신종플루로 인한 경제 피해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유럽에서 신종플루 피해가 가장 심각한 영국은 현재 감기 증상으로 회사에 결근한 비율이 1,000명 당 7명으로 평년(1,000명 당 2명) 수준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영국 보건장관인 길리언 머론은 최근 "종업원들의 결근이 9월 초 12%에 이를 것"이라며 기업들이 경쟁력 하락 위험에 대비할 것을 경고했다.
유럽의 관광 대국인 스페인은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천명이 감염되고 6명을 사망케 한 신종플루가 한 원인이란 게 스페인 관광국의 설명이다. 뉴질랜드 국적사인 에어 뉴질랜드는 신종플루로 인해 일본 등 아시아와 영국으로의 여객운송이 25%나 감소했다.
기업들은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직원들이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은 물론 핵심 직원이 신종플루로 결근할 때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영국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인 데이비드 프로스트는 "경기 침체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신종플루는 가장 원하지 않는 위협"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종업원이 가장 많은 통신업체 BT는 영업사원에게 위생 마스크를 배포했고 브리티시가스는 중추 인력들에게 치료제를 나눠줬다. 음료회사인 브리트빅은 가족이나 친구가 신종플루에 감염될 경우 해당 직원이 집에서 근무하도록 조치했다.
BBC방송과 영국 최대 은행 HSBC는 감염 직원에 주기 위해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회사 차원에서 수천 회 투약분(도스)를 구입했다.
노무라홀딩스와 골드만삭스는 사무실에 손을 씻을 수 있는 설비를 늘렸고 홀리데이인 소유주인 인터콘티넨탈호텔그룹은 객실과 레스토랑에 고객용 소독제를 비치했다. 혼다 역시 직장 내 청결유지 강도를 크게 높였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영국 정부 조사결과 신종플루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한 경우는 전체의 43%에 불과했다. 신종플루로 인한 피해는 중소기업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차타드인스티튜트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노블은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침체로 휘청거리고 있어 신종플루로 판매가 감소하고 직원들이 결근할 경우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종플루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지구촌 곳곳에 확산되고 있다. 이날 WHO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태평양 한가운데 섬나라 통가, 솔로몬은 물론 히말라야 은둔의 왕국 부탄까지 신종플루가 퍼졌다.
인도양, 카리브해의 섬들도 도피처가 되지 못했다. 인도양의 세이셀과 레위리옹(프랑스령), 카리브해의 터크스케이커스(영국령), 안틸레스(네덜란드령)은 물론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 산악지대에 위치한 안도라 공국에서도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했다.
미국은 신종플루 최대 피해국이다. 현재까지 100만 명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사망자도 302명에 달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백신 공급을 통한 예방조치가 성공적이지 않을 경우 2년 안에 미국인 40%가 감염돼, 70만 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