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체감경기 5개월來 최저]경기전반 냉기류 확산

국내 경기를 지탱해오던 내수가 급속하게 위축되는데 이어 기업들의 수출과 투자 심리까지 일제히 얼어붙는 등 경기 전반에 냉랭한 기운이 확산되고 있다. 유가 급등과 환율 하락 여파로 물가가 오름세를 잇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북핵 문제 등의 상황 전개에 따라 자칫 `제한적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속 물가상승)`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각종 기업경기 지표 `비상 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기업경기실사 자료`는 경제를 지탱하는 제반 지표들에 비상 벨이 울리고 있음을 확연하게 감지할 수 있다. 우선 지난해 말부터 싸늘하게 가라앉기 시작한 내수 위축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내수BSI가 지난 1월 98.7에서 91.2로 급락했으며, 특히 최종 소비자의 소비행태를 반영하는 유통의 내수전망은 68.8까지 뚝 떨어졌다. 실제로 지난달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전달보다 5.0% 감소했고, 가전 판매량도 연말보다 최고 20%나 줄었다. 설 직전 백화점의 매출 성장률도 전년 대비 2~8%에 그쳐 예년(20~30%) 수준을 훨씬 밑돌았다. 지난해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동인(動因) 역할을 했던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환율 하락 속에서 일부 업종은 역마진 발생으로 수출물량을 고의로 축소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주력 수출 상품인 자동차는 지난 1월에 전달보다 9.2%나 줄어들었다. IT 경기의 불황 속에서 반도체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경기 전반이 둔화하면서 기업들의 재고량도 갈수록 증가하는 양상이다. 2월 재고 BSI는 107.2를 기록, 매출 부진이 재고량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산업연구원(KIET)가 조사한 1분기 제조업체의 매출전망 실사지수(BSI) 역시 4.0으로 집계돼 지난해 4ㆍ4분기의 4.5보다 떨어졌다. ◇성장잠재력도 약화, 경제 활력장치 가동 시급= 전경련은 “국내 경제는 자본과 노동 기술 등 모든 부분에서 성장 잠재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당장 기업들의 투자패턴에서 두드러진다. 전경련은 R&D(연구개발) 투자로 2월 BSI는 전월보다 소폭 올랐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이 불확실해 신규 투자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반기 이후로 대거 늦추고 당초 계획했던 투자액을 축소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셈이다. 최근 전경련 조사에서도 기업들의 20%만이 상반기에 투자활동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답했을 뿐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 대부분이 투자 시기를 놓고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문제는 소비와 투자의 양대 축이 흔들리는 현상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전경련은 “소비가 장기간 위축될 경우 고유가 등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과 자산가격 하락 심화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제한적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물론 한국경제의 체질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가능성은 사실상 `우려`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뭔가 대책이 시급하다는데는 모두 동의한다. 전경련이 이번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체감경기 회복을 위해 제시한 해결방안은 주목할만하다. 전경련은 ▲에너지 수급방안 등 외부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에너지 수급방안 ▲가계대출의 탄력적 운용 ▲부동산정책을 미시적 과세정책으로부터 거시적 수급조절 대책으로 전환 ▲지속적인 내수부양책 ▲경영환경 개선을 통한 기업활력 제고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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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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