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주역은 조언일 뿐 맹신 말아야"

정병석 영남대 철학과 교수

"주역(周易)이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시대에 맞게 사고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죠. 점(占)의 순기능을 살려 철학적 상담이나 치유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어 예언(豫言)보다 조언(助言)으로 그 기능도 바뀌고 있습니다."

25년여 주역을 연구해온 정병석(55∙사진)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역을 활용해 철학치료를 시도한다. 그는 "철학치료를 받은 학생들은 스스로 난관을 극복하는 힘을 얻게 된다"며 "점에서 출발했지만 자신의 본모습을 찾아가는 철학으로 귀결되는 게 바로 주역의 힘"이라고 말했다.


주역은 중국의 오경(시경∙서경∙예기∙춘추∙주역) 중 하나로 '우주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동양의 세계관이 담긴 철학서이자 점을 치는 점서(占書)다. 그는 "점과 철학이 동시에 존재하는 주역의 본질을 한쪽으로 치우쳐 주장해서는 안 된다"며 "주역이 처음 등장한 고대에는 역술적 가치가 중요했지만 이후 성리학의 영향에 철학적인 가치가 부각되면서 점은 미신적인 것으로 외면당했다. 송대의 유학자 주자는 '주역본의(周易本義)'에서 지나치게 철학적 가치가 부각되는 시대적 상황을 비판하며 점을 포함해 주역의 본래 의미를 명시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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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그러나 이른바 역술원 등을 찾아 잘못된 해석을 맹신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64괘 396효의 부호와 말(괘효사)은 상징으로 이뤄져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정도로 만인만역(萬人萬易)"이라며 "점친 기록인 역경(易經)보다 수백년간 철학적 해석을 덧붙인 역전(易傳)이나 후대 주역 해석서의 내용이 방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편협한 일부 주역 해석을 신봉하고 다른 관점을 수용하지 않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주역의 역술적 기능을 어떻게 철학과 접목할 수 있을까. 정 교수는 "정신의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이 설립한 스위스 융 연구소, 루 메리노프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 등은 주역을 응용한 마음치료를 시도하고 있다"며 "동전 등을 이용해 점을 치고 주역의 점괘를 분석해 처방을 내리면 상담자는 명상 등을 통해 내면을 돌아보면서 문제해결에 최선의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돕는 심리치료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술가의 해석에 휘둘리기보다 자신을 돌아보며 심기일전해 스스로 치유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주역을 이용한 철학치료"라며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서는 인간이 현실에서 느끼는 불공정∙불합리 등에 대한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 철학적인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중국문화대 철학박사인 정 교수는 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장, 한국주역학회장, 국제주역학회(IAYS)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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