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김인영 특파원】 3년전까지만해도 세계적인 석학들이 『21세기는 태평양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은 심각한 금융 위기로 허우적거리는 반면, 유럽국가가 공동통화를 창설, 21세기를 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세기의 세계경제 중심축은 태평양이 아니라 대서양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미국의 경제전문지인 비즈니스 위크지는 최신호(2월8일자)에서 「대서양의 세기가 올 것인가」라는 주제를 커버 스토리로 실었다. 비즈니스 위크는 이 기사에서 『미국과 유럽은 점차 새로운 대서양 경제를 형성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다』면서 『이는 세계경제 성장과 기업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잡지는 그 근거로 아시아와 이머징 마켓의 경제 위기에도 불구, 미국과 유럽 국가의 경제가 안정과 성장을 유지하고 있고, 두 대륙의 경제 마인드가 닮아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은 지난해 4·4분기에 5.6%의 경이적인 성장을 달성했고 유럽 11개국은 올들어 공동통화를 출범함으로써 역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아시아 위기 이후 대서양 양쪽의 선진국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맥킨지사의 국제 투자전문가인 로웰 브라이언씨는 『얼마 전까지 국제화는 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를 의미했으나 지금은 유럽과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의 상호 인수 및 합병(M&A) 규모는 95년 694억 달러에서 지난 해엔 2,565억 달러로 급증하는 추세다.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합병, 포드의 볼보 인수, 도이체 방크의 뱅커스 트러스트 인수 등 굵직한 M&A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일어나고 있다. 이에 비해 이머징 마켓에 대한 선진국의 투자는 96년 1,960억 달러에서 지난해 39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비즈니스 위크는 무역 분쟁, 달러와 유로화간 경쟁 등에서 미국과 유럽은 갈등 요소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서양을 사이에 둔 양대 경제권은 활발한 파트너쉽을 통해 점점 접근해가고 있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