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가치 하락과 중국 자본의 해외진출 가속화로 지난해 4·4분기 중국 자본유출이 17년 만에 최대치에 달했다.
4일 중국 경제참고보 등에 따르면 전날 국가외환관리국은 지난해 4·4분기 자본수지 적자가 912억달러(약 97조1,180억원)으로 지난 1998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자본수지는 직접투자나 증권투자 등으로 자본이 국외에 빠져나가거나 들어오는 흐름을 파악하는 지표로 적자 규모가 늘었다는 것은 자본유출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2014년 연간으로는 자본수지가 96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이 중 직접투자 순유입액은 1,985억달러에 달했다. 외환보유액은 1,188억달러 늘었다.
중국의 4·4분기 자본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은 중국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늘어난데다 달러화 강세로 위안화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중국 내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내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자 그동안 몰렸던 자금이 미국·유럽 등 해외 부동산과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는 1,200억달러로 외국인의 중국 직접투자액보다 4억달러가량 많았다.
위안화 가치 하락도 자본유출을 부추겼다. 중국의 경기부진과 달러화 강세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자본유출이 빨라지기도 했지만 홍콩 차액거래선물환(NDF) 시장을 통한 차익거래도 자본유출을 늘리는 요인이다. 최근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중국 내 현물시장에서 위안화를 달러화로 환전한 뒤 이를 홍콩 NDF 시장에서 매도해 차익을 얻고 있다. 현물시장 환율은 인민은행 고시환율에 따라 통제되고 ±2%의 가격제한폭 내에서만 움직이는 반면 홍콩 NDF 시장에서는 향후 위안화 움직임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차익이 커지고 있다. 왕양 중신건투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가치 하락)가 자본유출을 유발하고 자본유출은 다시 가치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이라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수출에 의한 성장동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환율전쟁에 뒷짐을 지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우쉬안 르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통화가치가 너무 많이 빨리 떨어진다면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자본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중국 정부는 외환과 관련해 시장의 역할을 조금씩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르신증권은 인민은행이 조만간 위안화 변동폭을 확대하고 고시환율을 높게 제시해 자본유출 비용을 높이는 방법을 검토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