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캐나다 휴대폰 업체 리서치인모션(RIM)의 날개 없는 추락이 이어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RIM은 올 1ㆍ4분기(4~6월) 순손실 1억9,2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주당 순손실은 37센트라고 발표했다. 당초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주당 7센트의 순손실에 비해 손실폭이 5배 이상 확대됐다.
RIM은 또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야심차게 준비하던 차세대 휴대폰 '블랙베리10'의 출시를 내년 1ㆍ4분기로 연기한다고 발표해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진일보한 웹 환경과 터치스크린으로 무장한 블랙베리10이 RIM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출시가 연기되면서 애플과의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이 영향으로 이날 RIM 주가는 22% 폭락했다.
한때 잘 나가는 비즈니스맨의 손에 어김없이 들려 있던 블랙베리 휴대폰의 아성이 이처럼 무너진 것은 진화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e메일이 가능한 휴대폰 블랙베리를 처음 선보이며 각광을 받았지만 소비자들이 카메라와 게임ㆍ인터넷 등 더욱 다양한 기능을 갖춘 휴대폰을 원하는 점을 간과했고, 결국 아이폰에 밀리게 됐다. 2007년 41.1%에 달했던 RIM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은 올해 1ㆍ4분기 3.6%까지 고꾸라졌다.
이와 함께 RIM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였던 마이크 라자리디스와 짐 발실리의 불협화음이 회사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지적했다.
RIM의 창업자였던 라자리디스 CEO는 새로운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차세대 블랙베리 출시에 전력투구한 반면 발실리 CEO는 회사의 독자적 기술을 다른 기업들에 라이선스를 주는 전혀 다른 전략을 추구하면서 엇박자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두 CEO의 사무실도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떨어져 있었으며 두 명이 함께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각각의 CEO 밑에 소속된 부서들은 전혀 의사소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두 사람은 올 1월 실적악화의 책임을 지고 토스턴 헤인스에게 CEO 자리를 넘겼다.
RIM은 또 예정대로 올해 말까지 글로벌 임직원 5,000명을 대량 감원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1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예정이다.
실적악화로 최근 매각설 및 분리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RIM은 이번에 신제품 출시를 연기하면서 결국 새로운 주인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에이비앙 시큐리티즈의 매트 토턴은 "RIM은 매각되거나 쪼개질 것"이라면서 "이는 단지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