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시연설 의미ㆍ전망] 후세인 교체의지 강경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6일 연설은 이라크에 대한 선전포고에 앞서 전쟁의 당위성과 시간적 촉박성을 강조하는 최후통첩으로 해석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한스 블릭스 유엔무기사찰 위원장의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에 앞서 행한 연설에서 유엔의 표결에 참여하지만, 유엔의 결정과 상관없이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위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 부시 대통령은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하는 다자간 압력을 통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토록 하며, 현단계에서 한반도 문제를 전쟁이 아닌,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할 것임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 처음으로 `다자간 압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미국과 북한의 양자 협상도 배제하지 않았다.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이라크의 암적 존재`라며 정권 교체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9ㆍ11 테러 이후 전쟁터가 된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이라크를 무장해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는 7일 블릭스 위원장의 보고를 받은 후 내주중에 이라크에 대한 전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은 안보리 회원국 15개국 중에서 영국과 스페인, 불가리아등 4개국의 지지를 확보하고, 더 많은 국가의 지지를 얻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거부권을 가진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 사찰 연장을 주장하며 전쟁에 반대하고, 독일과 시리아 등이 이에 가세하고 있다. 영국이 결의안의 일부 수정 가능성을 비췄지만, 이라크 정권 교체의 목표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과 영국이 제안한 2차 결의안은 부결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오고 있다`는 사설을 통해 유엔의 부결을 우려했다.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등 강경파들이 유엔 결의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이라크를 공격하자고 주장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유엔 결의안 표결까지 가겠다고 밝혔다. 부결되더라도 국제기구의 논의를 거쳐 가급적 많은 나라의 지지를 얻겠다는 계산이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유엔의 어떠한 결정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안보리 표결 직후 바로 전투명령을 내릴 것임을 시사했다. 따라서 13~17일 사이에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은 `벙커` 안으로 도피= 뉴욕 월가에서는 최근 투자패턴을 `벙커 심리`라고 표현한다. 총탄이 날아올 때 벙커 안에 숨듯이 리스크를 피해 안전한 상품으로 이동하라는 뜻이다. 전쟁이 임박해지면서 주식에서 미국 국채(TB)로, 달러에서 금으로 국제 유동성의 급격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 주가는 지난해 9월의 저점 아래로 떨어져 새로운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쟁이 중동에서 벌어지면서 유가는 선물시장에서 배럴당 37달러대로 치솟았다. 뉴욕 월가의 경제전문가들은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미국경제는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 심리지수는 10년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GMㆍ포드등 자동차 회사도 전쟁을 앞두고 판매가 급감했다고 울상이다. 미국은 단독 전쟁을 강행할 경우 엄청난 전비를 물어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1,000억 달러의 추가경정예산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누적되고 있는 무역적자에 재정적자마저 커져 미국 경제는 80년대의 쌍둥이 적자 현상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이 세계경제에 주는 충격이 예상외로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제3차 오일쇼크를 경고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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