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아파트 열기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근래 아파트 분양에 재벌총수들이 직접 관심을 보이면서 열기(熱氣)가 달아오르는듯한 느낌이다. 분양현장에 수만명씩 사람들이 몰려드니까 재벌총수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인지, 재벌총수들이 표면에 나서서 한판 벌리니까 그렇게 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이 노구(老軀)를 이끌고 지난 3월19일 김포 정송마을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았을 때만해도『저 영감, 사업욕심은 끝이 없구나』하는 반응이 앞섰다. 현대산업개발을 동생(鄭世永 회장)에게 떼어준 직후여서 사업조정에 관련된 것같다는 추측도 있었고, 그 바로 알마전인 2월24일 대우그룹에서 개설한 영등포 드림아파트 모델하우스에 3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는 신문보도가 나온 뒤였다. 할 일이 없어서 건설현장과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는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며 금강산 관광을 보내 준다는 것 같은 얘기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삼성그룹의 이건희(李健熙)회장이 『세계 최고의 명품아파트를 건설하라』고 그룹내에 비상을 걸었다는 소식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분의 최대 해결과제인 서울 도곡등 주상복합아파트 사업 진행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계획된 아파트 모델을 전면 교체토록 지시했다고 한다. 평소 아파트 사업과 무관해 보이던 이건희회장이 모델하우스 설계까지 참견하고 나선 것은 퍽 이례적이다. 이런 움직임과 때를 같이하여 정부에서 아파트 미등기 전매제한을 1일부터 철폐하자, 휴지 같았던 청약통장에 당장 5, 600만원의 웃돈이 붙었고, 뒤따라 아파트 프리미엄도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재벌회사의 아파트일수록 인기가 높아 프리미엄 시세가 최소 1,000만원에서 1억원이 넘게 올랐다는 얘기다. 금리하락으로 은행권에서 풀린 뭉칫돈들이 시세차익을 노려 아파트시장에 몰리고, 분양현장에는 소위 「떳다방」이 투기를 부추긴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 판국에 재벌의 건설회사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저마다 푸짐한 판촉선물에 고급승용차와 같은 경품, 심지어 부모를 따라오는 어린이를 위한 갖가지 공연과 풍요로운 행사에 초코파이 1만 상자를 나누어 주는 잔치 등 흥청대는 분위기가 연출된다. 청약비율이 100대 1이 넘었다는 발표와 내년이면 아파트값이 오른다는 풍문이 분양현장의 사람들 마음을 더한층 들뜨게 한다. 「IMF사태가 어디 갔느냐」는 비판적인 시각에「빨리 달아오르면 쉽게 식는다」는 과거 교훈을 말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나 현실적으로 제동을 거는 힘이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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