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HOT 이슈] 위기의 집단에너지사업자

"이대로 가면 도미노 파산" 대전열병합 등 5개사 비명

정부 잘못된 수요예측 등에 적자 고통… 공급 중단 우려도<br>곳곳서 사업권 반납 움직임… 열·전력 요금 현실화 시급



"시장 전망이 워낙 나빠 팔리기 힘들 겁니다. 사업권이 필요 없다는 사업자까지 생긴 마당에 누가 이 시장에 관심을 갖겠습니까."

최근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대전열병합ㆍ수완에너지ㆍ인천공항에너지ㆍ대륜발전ㆍ별내에너지의 매각 가능성을 묻자 단칼로 자르듯 답했다. 이들 5개사는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해 공단의 산업용 열ㆍ증기, 아파트단지에서 쓰는 지역난방용 열을 공급하고 열과 함께 생산된 전력은 전력거래소에 판매하는 집단에너지사업자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의 잘못된 수요예측, 일반발전소와의 차별대우로 고통받고 있다.

이들이 잇따라 사업권을 따낼 당시 정부는 전력 수요와 가격이 앞으로도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여기에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열ㆍ전기 요금까지 더해져 적자를 이어왔다.

문제는 이 같은 집단에너지사업자에 대한 차별정책이 이들 사업자의 연쇄파산, 지역난방 공급중단 등의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존 집단사업자들이 경영난을 겪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사업자들이 건설 중이거나 예정된 사업이 10여건이나 돼 관련사업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남부발전ㆍ롯데건설ㆍ대성에너지가 주주로 참여한 대구그린파워의 열병합발전소가 올해 가동될 예정이며 코원의 하남 열병합발전소가 올 10월, 포스코건설의 춘천열병합발전소가 내년 12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2016년~2021년에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동탄 2열병합발전소, SK E&S와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위례 열병합발전소, GS파워의 안양 열병합발전소, 중부발전과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세종 열병합발전소가 완공될 예정이다.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열 생산과정에서 함께 생산되는 전력이 제값을 못 받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자들이 보유한 열병합발전설비는 가스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회수해 난방 및 산업용 열로 공급하는 구조다.

이 같은 발전설비의 특성상 산업용·난방용 열을 생산할 때는 전기가 동시에 생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가운데 전력은 정부가 일반발전소 전력보다 낮은 원가 이하의 헐값에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집단에너지사업자가 1㎾의 전기를 생산할 때 들어간 생산원가는 135원 수준이었음에도 정부로부터는 120원밖에 받지 못했다. 수요처에 열을 공급하기 위해 전기를 생산하면 할수록 적자폭이 늘어나는 구조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사업계획 당시 예상했던 만큼의 난방열 수요가 발생하지 않아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신도시 등 대규모 주택단지의 입주율이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저조해지는 경우가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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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겹치면서 지난해 집단에너지사업자의 70%는 적자를 기록했다. 별내에너지는 2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인천공항에너지는 현재 1,104억원의 자본금을 완전 잠식한 상태이며 지난해 당기순손실도 40억원에 달한다.

흑자를 기록한 것은 상위 업체인 한국지역난방공사·GS파워·안산도시개발뿐이다. 그나마 지역난방공사와 GS파워의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59.9%, 13.2%씩 감소했다.

에너지 산업의 특성상 이들의 경영난은 한두 기업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인천공항공사가 매물로 내놓은 인천공항에너지의 경영난은 인천 영종하늘도시의 주택공급 사업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총 4만2,000가구 중 앞으로 3만가구의 분양이 남은 상황에서 인천공항에너지가 재정난으로1,30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2단계 난방공급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게 되면서 아파트 신규 건설이 중단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건설 시행사뿐 아니라 입주 예정자들까지 손해를 볼 수 있는 문제다. 한 집단에너지사업체 관계자는 "정부만 믿고 사업에 뛰어든 것은 잘못이지만 수익을 떠나 산업 인프라의 역할은 물론 주민 생활편익과 직접적 관계가 있는 사업자들의 생존은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민간사업자들이 100㎿당 1,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을 들여 발전소를 지었는데 정책실패로 무더기 파산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이중규제에 대한 비판도 높다. 친환경에너지원인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존 화석연료의 3분의1 수준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집단에너지사업과 석탄화력발전을 동일하게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들의 연쇄파산과 지역난방 중단 등의 사태를 막으려면 집단에너지사업자들에 대한 열ㆍ전력 요금 현실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막대한 투자비를 부담한 사업자들이 투자비의 일정 부분을 회수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용량요금'도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해달라고 업계는 요구했다. 용량 요금은 전력당국이 발전소의 설비투자를 보상하기 위해 지급하는 지원금(㎾h당 7원46전)으로 2001년 도입된 후 14년간 단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김광인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한전의 재무부담 때문에 용량 요금에 물가인상 등의 요소를 반영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열·전력 요금도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현실화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양원창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관리과장은 이에 대해 "집단에너지사업자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은 정부도 안다"며 "이들이 공급하는 열 요금을 상반기 중 개선할 계획이고 전력거래소 등에서 전력 도매요금 현실화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집단에너지 시장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도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업황이 나빠 거래가 쉽지 않을뿐더러 제값을 받기도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여덟 번의 매각시도 끝에 지난해 말 GS에너지에 팔린 인천종합에너지는 애초 전망치인 1,000억원보다 훨씬 낮은 740억원에 매각됐다.

에너지관리공단의 '2014 집단에너지 사업 편람'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전국 집단에너지사업자는 총 84개, 사업장은 111곳이다. 건설 중인 사업장을 빼면 총 63개 사업자가 231만여가구에 지역난방용 열을 공급하고 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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