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5월 5일] 애간장과 항산화 물질

우리 옛말에 '애간장이 다 녹는다'는 말이 있다. 몹시 걱정되고 안타까움이 커져 몸속 장기를 녹이기 충분하다는 말인데 이러한 민간 속설을 가만히 되뇌고 있자면 약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해온 필자조차도 마음의 병이 우리 몸의 질병관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만성피로와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암이나 심장병ㆍ고혈압과 같은 성인병 발병에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웃음을 최고의 미덕으로 꼽거나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통한 마음의 안정을 권유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항산화물질 노화 방지에 효과적 의학적인 설명을 덧붙이자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스트레스는 우리 몸을 총동원 태세로 변하게 하는데 이는 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 등 병원체의 공격을 방어하고자 최대치의 힘을 비축한 상태를 말한다. 이때 우리 몸의 세포들은 가장 먼저 포도당을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생체 총동원 태세의 기본이 되는 포도당의 비축량이 과중한 스트레스를 견뎌낼 만큼 충분치 않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애간장이 녹는다'는 말은 스트레스와 우리 몸의 어떤 관계를 일컫는 걸까. 우리 몸은 60조~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 세포는 전체가 한 덩어리로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콜라겐과 히알우론산으로 만들어진 3차원적인 그물 조직에 각각 둘러싸여 보호를 받는다. 그런데 우리 몸이 총동원 태세로 들어가게 되면 이 그물 조직을 녹이는 콜라겐 분해효소가 활성화하면서 콜라겐이 녹아 없어져 집이 없는 노숙자와 같은 상태로 변화하는 것이다. 결국 '애간장이 녹는다'는 표현은 세포를 둘러싼 그물 조직을 손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콜라겐 분해 효소가 활성화하면서부터다. 세포를 둘러싸고 있던 그물 조직이 녹아 내리면서 우리 몸은 각종 활성산소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정상 세포막과 세포가 손상되고 피부를 구성하는 콜라겐의 망상조직이 붕괴됨에 따라 우리 몸은 빠르게 노화된다. 또한 DNA의 유전정보를 변질시켜 암을 유발하는가 하면 세포막의 불포화지방산이 과산화지질로 바뀌어 동맥경화나 뇌졸중 같은 질병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적 스트레스에 따른 콜라겐 분해효소의 활성화를 막기 위해서는 체내의 항산화 활성 물질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항산화 물질은 20대를 정점으로 해 서서히 감소하기 때문에 비교적 젊음이 유지되는 시기부터 적정량을 섭취해야 도움이 된다. 어쩌면 사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시작하는 청년기 이후부터 스트레스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볼 때 더욱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항산화 물질은 폴리페놀ㆍ비타민Cㆍ비타민Eㆍ베타카로틴 등이 함유된 식품으로 섭취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녹차나 브로콜리ㆍ버섯ㆍ당근 등이 해당된다. 이밖에 당근과 건조중량단위로 비교해 30배 이상의 베타카로틴이 함유된 '스피루리나'도 추천할 만하다. 대중들에게는 도무지 생소하기만 한 스피루리나는 물과 광합성만으로 배양되는 친환경 미생물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공식 우주비상식량으로 지정될 만큼 영양학적 가치와 안전성을 인정받은 식품 중 하나이다. 운동과 병행해 면역강화를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미 유럽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서는 스피루리나 원말로 만든 건강식품ㆍ빵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개발될 만큼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나 앞서 말한 항산화 식품을 섭취할 때는 화학적인 식품 첨가물이나 잔류 농약이 적은 유기농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데 이런 점에서 스피루리나는 매우 효과적인 항산화 식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스피루리나와 같은 면역력을 강화해주는 대표적 건강식품들을 운동과 병행해 평소 적절히 섭취한다면 스트레스에 따른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