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태국 방콕 외곽의 한 대형 보석센터. ‘보석의 나라’라는 명성에 걸맞게 루비ㆍ사파이어ㆍ에메랄드 등 가지각색의 천연보석 상품들이 가득하다. 매장 곳곳에서는 수백명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원석은 물론 반지ㆍ목걸이 등 보석제품을 고르는 데 열중하고 있다. 파타야로 신혼여행을 온 김모(27)씨는 “결혼 전 예물을 받지 않고 신혼여행지에서 남편과 함께 직접 예물을 고르기로 했다”며 “한국의 반값도 안 되는 저렴한 보석 가격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방콕 라마 가(街)에 있는 유명 보석센터 젬 갤러리(Gem Gallery)에서도 예물용 보석을 고르는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프랑스ㆍ러시아ㆍ인도 등에서 온 보석 구매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50~60대 한국 중년 여성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결혼이 임박한 아들을 뒀다는 이모(60)씨는 “저렴한 가격에 신부 예물을 준비하고 여행도 할 겸 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태국에서는 국내에서 40만원에 거래되는 13캐럿짜리 블루토파즈를 10만원대면 구입할 수 있다. 해외원정 예물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쌍춘년 특수’가 무색할 정도로 국내 보석업계가 불황에 허덕인 가운데 태국ㆍ홍콩 등 해외에서 결혼예물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었다. 특히 최근 환율 하락으로 해외여행객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 같은 원정 예물 소비가 새로운 결혼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국내 보석업계는 ‘입춘이 두 번 겹쳐 혼인에 길하다’는 쌍춘년 특수로 매출이 늘 것이라고 한껏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한종천 귀금속판매업중앙회 회원부장은 “쌍춘년 특수는커녕 현상유지도 못했다”며 “보석업계 전체가 불황이라 매년 판매상이 줄어드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1만3,000여명이던 보석 판매상은 지난해 8,200명 수준으로 30% 이상이나 줄어들었다. 반면 해외여행 중 예물용 보석을 구매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나타나면서 보석을 400달러어치 이상 구입해 몰래 국내에 들여오다 세관심사를 거친 관광객 수가 2005년 288건에서 지난해에는 317건으로 증가했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구입한 보석을 착용해 세관심사를 피해가는 관광객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숫자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혼여행을 왔다 보석뿐 아니라 라텍스 침대까지 혼수용품으로 구입해가는 신혼부부도 늘고 있다. A여행사 동남아 팀장인 김모씨는 “연간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오는 신혼부부 중 80% 이상이 라텍스 침구를 혼수용으로 구입해간다”고 전했다. 태국 이외에도 보석 강국인 홍콩은 물론 명품 쇼핑으로 유명한 미국ㆍ일본ㆍ중국 등이 ‘원정 예물 소비족(族)’의 ‘쇼핑 천국’으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예물ㆍ혼수용으로 보석 등을 구입했다가 ‘바가지 요금’과 ‘제품하자’ 등으로 피해를 본 사례도 적지않다. 지난해 홍콩에서 며느리 결혼예물로 루비 목걸이와 반지 세트를 구입한 배모(58)씨는 “국내에서 진품 감정을 받아보니 열처리로 루비 색을 낸 가짜보석이었다”며 목청을 높였다. 최영호 소비자보호원 서비스팀장은 “동남아 여행 중 보석을 구입할 때는 감정서와 영수증을 꼼꼼히 챙겨야 하며, 특히 패키지 관광 중 들른 곳에서 쇼핑을 한 경우 한국에 돌아와 제품하자를 발견하면 교환ㆍ환불 등을 받을 수 있도록 가이드의 자필각서 등을 미리 받아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