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기업가정신이 새 정부 들어 급속히 퇴조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지고 반기업정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업의 도전정신과 투자의지가 맥없이 꺾이고 말았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6개월 동안 우리 기업의 기업가정신지수가 심각한 수준으로 훼손되고 있는 것이 구체적인 지표로 확인됐다.
10일 서울경제신문이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 등 국내 제조기업 75곳의 최고경영자(CEO)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 하반기 기업경영 및 기업투자지수 조사' 결과 기업가정신지수는 100.9를 기록했다. 이는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올해 초 실시한 조사에서 나온 120.7에 비해 무려 19.8포인트나 추락한 것이며 2008년 이 조사 실시 이후 최저치이기도 하다.
특히 이 결과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기업가정신이 급속히 퇴조했다는 점에서 기업가정신을 되살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의지가 제대로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설문조사를 담당한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설문조사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가정신의 큰폭 추락"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투자 리스크가 크더라도 투자하겠느냐는 질문에 10곳 가운데 7곳(67.6%)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아울러 하반기 투자규모에 대해서도 10곳 중 7곳가량이 상반기보다 늘리지 않을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기업가정신 위축에는 경제민주화 열풍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한 조사에서 10곳 가운데 9곳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 또는 '재고돼야 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것은 먼 미래를 보고 과감히 투자한 기업가들의 기업가정신"이라며 "국내외 경기침체 등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을 나쁜 집단으로 몰아붙이는 최근 분위기에 기업들이 당혹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