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말로 한달을 맞는 신세계 이마트의 ‘가격혁명’ 선언은 예상 이상으로 시장에 거센 태풍을 몰고 왔다.
굳이 한달 성적표를 따지지 않더라도 일단 이마트의 ‘가격혁명군’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에서 신세계는 이번주 초 장중 한때지만 사상 최고 주가(77만5,000원)를 기록했다. 몇몇 증권사들은 이마트의 PL상품 비중 확대로 성장이 기대된다며 신세계 목표주가를 100만원대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10년간 국내 유통시장에서 승승장구해온 이마트는 이번 가격혁명을 또 한번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대형 할인마트의 성장에는 ‘물가안정’이라는 빛도 있지만 ‘다양한 집단과의 갈등’이라는 그림자도 동시에 드리워져 있다. 할인마트들은 새로 진출하는 중소 도시마다 영세 상인들과 끊임없는 갈등을 불러일으켜왔다.
쌀을 초저가로 팔다 농민단체의 거센 항의에 부딪히기도 했으며 얼마 전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앞장서다 시민단체의 쇠똥 세례까지 받았다. 이마트의 PL상품 확대 이후 이마트와 제조업체의 논란을 보면 할인마트가 이번에는 제조업체와의 투쟁 국면에 돌입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마트의 가격혁명이 소비자를 위한 ‘특단의 조치’라지만 영세상인이나 농민ㆍ제조업체들도 또 다른 측면의 소비자임을 감안할 때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도 필요하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PL 상품은 무반품, 대량 구매, 장기 계약 등 제조업체의 생존기반을 마련해주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국내 할인점들의 반품 관행은 납품업체들 사이에 악명이 높다. 통상 유통기한이 6개월인 ‘보졸레 누보’ 와인을 할인점에 납품했다 1년 뒤 반품당했다는 한 와인 수입업자의 하소연까지 나올 정도.
또 다른 제조업체 관계자는 “세계에서 스타벅스 커피 값이 제일 비싼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라는데 스타벅스 커피는 가격혁명 대상이 아니냐”고 꼬집는다. 스타벅스 커피가 뉴욕은 물론 가까운 도쿄보다도 20~30% 비싸다는 건 익히 알려진 얘기다.
리더의 중요한 덕목 가운데 희생을 빠뜨릴 수 없다. 기업에 희생까지 요구할 수는 없겠지만 정재은 명예회장까지 나서 “한국 물가가 너무 비싼 데는 유통업체 책임이 크다”며 신세계의 ‘사명’을 주창한 마당에 업계 리더로서 좀더 대승적인 자세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