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피플 인 이슈]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경제 失政… 집권 1년만에 최대 위기<br>경제 전문가로 10년 기다린 '준비된 총리' 불구<br>경기침체에 저소득층 감세정책 폐지로 민심 이반<br>노동당 지방선거 참패에 지지율 급락·사퇴 압력


고든 브라운 영국총리가 집권 1년만에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총리 선임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이달 초 지방선거에서 그의 노동당은 1960년대 이래 약 40년 만의 사상 최악의 성적을 내며 대패했다. 브라운의 지지율은 집권 초기에 비해 절반 이하로 급락, 사퇴 압박을 받고 있고 10년 집권을 이어온 노동당의 앞날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그의 아군이었던 노동당 일부 인사들조차 총리가 계속 집권할 경우 다음 총선에서 노동당이 패할 것이라며 견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 정책의 적용에서 무리수를 둔 점이 ‘경제통’인 그를 민심에게서 이반시킨 것이다. 2010년 총선으로 앞두고 전초전 성격을 띤 이번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은 24%의 득표율에 그치며 제1야당인 보수당(44%)은 물론 자유민주당(25%)에도 밀리는 유례없는 대참패를 기록했다. 최대 관심사였던 런던시장 선거에서도 보수당의 정치 경력 7년차 보리스 존슨 의원이 3선을 노리는 노동당의 켄 리빙스턴 현 시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보수당은 2년 뒤 총선에서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며 한껏 고무돼 있다. 영국 더 타임스가 지방선거 이후 처음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집권 노동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가 고든 브라운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언론들은 보수당이 차기 총선에서 이번 지방선거와 지지를 받을 경우 116석 차이로 제1당 지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민심이 브라운 총리에게서 등을 돌린 이유는 영국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신용위기로 촉발된 경기둔화로 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5년 만에 최저치인 1.8%에 머물 전망이다. 게다가 저소득층에 대한 10% 감세 정책 폐지가 이번 선거에서 민심을 떠나게 했다. 브라운 총리가 재무장관이던 지난해 3월 발표한 이 감세정책은 소득세와 법인세 기본율을 각각 2%씩 낮추는 것이 골자로 한다. 하지만 소득 수준별로 차별화되던 세제가 단순화되면서 저소득층 약 500만 가구가 종전보다 두 배의 세율을 물게 됐다. 결과적으로 이 정책은 중산층 이상만 혜택을 받게 해 ‘노동당의 반란’으로 회자되며 고유가와 식량가 급등, 주택가 하락 등으로 신음하고 있는 서민층의 거센 반발을 샀다. 브라운은 노동당의 좌파노선을 혁파하며 ‘제3의 길’을 주창하면서 토니 블레어 전임 총리보다도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가 ▲법인세 감세 ▲공공부분 민영화 ▲고용시장 유연화 등 우파적 조치를 내놓는 것은 좌우 이념의 벽이 허물어지며 실용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현 유럽 정가의 모습과 사실상 일치한다. 우파가 집권한 프랑스와 독일은 반면 각각 좌파 거물을 등용하고 좌파와 연정을 꾀하는 등 역시 실용 노선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실용주의도 미국 발 신용위기와 고유가, 식량값 상승 등 글로벌 변수에 의해 맥없이 무너졌다. 브라운의 정책은 효과를 내기 앞서 외생 변수에 의해 국민의 불만을 사기에 충분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그가 물러난다고 해도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노동당 내에는 연약한 후보군만 득실대고, 정권 교체를 원하는 보수당은 총리 흔들기 보다는 차기 총선에서의 정부 개조 작업 자체를 준비할 공산이 높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앞으로 브라운 총리가 보다 명확하게 방향을 제시하며 개혁 과제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가장 힘들게 총리에 올라 단명으로 끝나는 총리로 기록될수 밖에 없다고 일침했다. 브라운은 1990년대 중반에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함께 노동당의 개혁을 주도한 인물. 하지만 블레어에게 총리직을 양보하고 10년간 ‘만년 2인자’ 자리에 머물며 묵묵히 차기 총리직을 준비해 왔다. 브라운은 국제 정치에 바쁜 블레어를 대신해 재무장관 등으로 일하며 영국에 연 2.7%의 유례없이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창출, 노동당 장기집권의 기반을 닦은 주역이다. 브라운이 경제를 살려놓은 덕분에 블레어는 집권 10년간 3연임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스코틀랜드에서 목사의 차남으로 태어난 브라운은 ‘엘리트 사관학교’로 평가됐던 옥스퍼드 대학 대신 에든버러 대학을 졸업한 ‘시골 수재’ 출신으로 1983년 중앙 정치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며 토니 블레어와 함께 노동당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브라운이 블레어 다음으로 지난해 차기 총리로 확정되자 영국 언론들은 “쇼비즈 정치가 대신 준비된 실력파가 등장했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정작 집권 이후의 그의 모습은 나라 경제를 책임진 지난 10년간 보여줬던 책임있는 수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라운에게 지난 일 년은 말 그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경험이었을 것이다. 국제 사회는 재무통으로 입지를 닦아 십여 년을 기다린 끝에 총리에 올랐으나 2년 남짓 만에 낙마한 폴 마르틴 전 캐나다 수상의 사례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전 세계가 그에게 묻고 있다. 어느덧 흰 머리가 내려앉은 노동당의 새 바람. 그의 지도자적 자질을 시험할 시간은 어쩌면 바로 지금부터다. ■ 브라운 총리 주요 약력 ▲1951년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생 ▲1967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 역사학과 입학 ▲1972년 에든버러대 최우수 졸업 ▲1982년 스코틀랜드 노동당과 정치적 변화로 박사학위 취득 ▲1976년 글래스고 공대 정치학 강사 ▲1980년 TV 저널리스트 활동 ▲1983년 노동당 하원의원 ▲1997년 5월 영국 재무부 장관 ▲2007년 6월 영국 국무총리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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