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정유산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정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정몽혁(鄭夢爀)현대정유 사장의 거취도 관심을 끌고 있다.현대정유는 지난 2일 한화에너지 양수도 본계약을 맺을 당시까지만 해도 지분 50%에 해당하는 신주를 발행해 전량을 아랍에미리트연합의 IPIC에 매각, 5억달러를 들여오겠다는 기존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5억달러 유치는 신주 발행에 의한 것으로 현대그룹이 갖고 있는 현대정유에 대한 기존 지분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23일 박세용(朴世勇) 현대 구조조정본부장은 『현대정유에 대한 현대그룹의 지분이 크게 낮아진다』며 현대그룹이 갖고 있는 구주를 대폭 정리, 정유산업에서 손을 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현재 현대정유 지분구조는 현대그룹 61.14%,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 3.25%, 정몽혁사장 1.98%, 정몽혁 사장 어머니와 누나 소유 지분이 각각 1.62%, 0.33% 등 현대관련 지분이 68.32%이다. 나머지는 아일랜드 투자전문회사인 아말가메이티드가 26.28%, 대한항공이 5.39%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현대정유 지분을 해외에 매각할 경우 현대정유의 최대주주자리를 내주는 것은 물론 경영권도 해외업체에 넘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정유 정몽혁 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鄭사장은 鄭명예회장이 가장 아꼈다는 동생 신영(信永)씨(작고)의 외아들로 鄭명예회장은 그동안 『정유는 몽혁이 몫』이라고 공언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현대정유의 오너나 다름없이 인정받아온 鄭사장에게 그룹차원에서 뭔가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그룹 내부에서는 그룹 계열사중 하나를 떼내 鄭사장에게 맡기는 「정세영 방식」과 그룹내 주력계열사의 경영을 맡기는 방안, 물질적인 보상을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손동영 기자 SON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