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증감원국감 유감/정명수 기자·증권부(기자의 눈)

지난 15일 하오 3시 증권감독원 9층 회의실. 국회 재경위 소속 국민회의 의원들은 증권감독원장에 대해 십자 포화를 퍼붓고 있었다. 증감원이 대한투자신탁에 개설된 평민당 계좌를 어떤 경위에서 조사하게 됐는지 그 의도와 배후가 누구인지 실토하라고 윽박질렀다.신한국당 의원들은 국민회의 김민석 의원의 『이회창 총재가 계좌조사의 배후가 아니냐』는 발언을 놓고 속기록 삭제를 요구하며 야당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국회의원들이 소속 정당의 총재를 변호하기 위해 귀중한 국정감사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곤두박질했다. 이날 증시에서는 상장사 2개가 부도를 내고 거래가 정지됐다. 정부가 이틀전에 증시부양책을 발표했지만 증시는 무감각했다.이날 여야 국회의원들은 증권시장을 관리 감독하는 증감원을 국정감사하면서 끝도 없이 추락하는 증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진지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신한국당이나 국민회의 소속 의원들은 증감원장으로부터 비자금 폭로 정국에서 자기당에 유리한 답변을 끌어내기 위해서만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종합주가지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왜 하락했는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아예 관심도 없었다. 자민련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미리 준비한 질문서를 의례적으로 마지 못해 읽어 내려갔고 그나마 증감원장 답변을 듣지도 않고 국감장을 떠났다. 증감원장도 의원들의 정치적 추궁을 회피하기에 급급할 뿐 증권시장 활성화를 위한 어떤 대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거의 매달 상장회사가 부도를 내고 주가가 폭락하는 마당에 국회의원과 증감원장이 갑론을박하는 사항이 증시와는 무관한 일이라면 이를 지켜보는 일반투자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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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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