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가속화되는 대기업의 해외투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투자 계획을 설문한 결과 열 곳 가운데 여섯 곳이 해외 직접투자 계획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올해 투자할 예정인 기업은 57%였고 앞으로 3년 내 투자계획을 가진 기업은 93%나 됐다. 해외로 나가는 이유로는 신규 신장 진출이 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높은 인건비, 세금, 정부 규제 등 국내의 열악한 경영환경 때문에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기업도 44%나 됐다. 기업들의 해외투자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악화, 관세ㆍ비관세 장벽 극복 등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해외투자가 계속 늘어날 경우가 문제다.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 소비 위축과 생산 축소, 경제성장 둔화 등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런 추세라면 머잖아 해외투자가 국내투자를 웃돌지도 모를 일이다. 해외 기업들도 국내투자를 주저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지난 2004년 92억달러에서 2005년 63억달러, 지난해에는 36억달러로 계속 줄고 있다. 국내 기업은 해외로만 나가려 하고 외국 기업들은 한국에 투자하기를 꺼리고 있다. 이러니 우리 경제가 활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고든 브라운 신임 영국 총리는 “기업의 사기를 북돋워야만 부자나라로 탈바꿈할 수 있다”며 취임하자마자 총리 직속으로 재계특위를 설치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재계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경제활력을 회복시키는 데 무엇이 문제인지 재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과감한 규제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업들의 해외진출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경련의 주장은 엄살이 아니다.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등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규제완화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차기 대선주자들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기만 하면 선진국 진입은 자꾸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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