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하이마트 인수전이 예상외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롯데와 신세계(이마트)가 동시에 뛰어든데다 막판 SK네트웍스까지 가세하면서 인수전이 한치 앞으로 내다볼 수 없게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마트 예비입찰제안서(LOI) 마감 결과 롯데그룹과 신세계, SK네트웍스, 사모펀드 등 4~5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 해 12월 하이마트가 경영권 분쟁 결과 매물로 나온 직후부터 강한 인수의지를 보여 왔다.
하지만 신세계는 당초 전자랜드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LOI 제출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전이 유통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판단에 결국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하이마트는 전국 309개에 달하는 점포를 보유하고 있고,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창출 능력을 갖추다. 이 때문에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쪽은 국내 유통지형을 바꿀 수 있는 칼자루를 쥘 수 있다는 게 IB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LOI 제출 마감 직전 SK네트웍스까지 가세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평가다. SK네트웍스가 자체 자금력은 부족하지만 사모펀드(PEF)와 손잡을 경우 하이마트 인수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IB업계에서는 이번 하이마트 인수전이 예상외로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통지존을 둘러싸고 롯데와 신세계가 자존심을 건 싸움에 들어갈 수 있는 데다 SK네트웍스도 유통망 확대를 위해 총력전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롯데와 신세계의 경우 전자랜드 인수도 동시에 펼치고 있어 만약 어느 한쪽이 진다면 유통시장에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시장 일각에서 하이마트 매각가격이 예상했던 2조원을 훌쩍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하이마트 매각이 자칫 흥행부진으로 흐를 수 있었는데 롯데와 신세계가 최종 인수의사를 밝힌 만큼 한치 양보할 수 없는 인수전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유통업체의 경우 각종 규제에 따른 성장정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하이마트나 전자랜드와 같은 가전양판점 인수가 불가피하다”며 “국내 가전유통시장에서 양판점이 10%대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선진국의 50~70%보다 여전히 낮아 추가 성장성도 있는 만큼 인수업체간 치열한 눈치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당초 문제가 됐던 우리사주 동반매각은 실현 가능성도 낮고, 유진기업(31%), 선종구 회장(17%), HI컨소시엄(5%) 등 65%의 지분만 인수하면 되기 때문에 인수자의 부담이 크지 않은 점도 하이마트 매각 흥행의 요소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하이마트 매각가격이 애초 예상했던 2조원을 훌쩍 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면서, 신세계는 막판에 이마트를 앞세워 전자랜드를 싸게 인수해 볼륨을 키워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는 하이마트 인수전을 흥행시켜 인수가격을 높여 놓으면 롯데를 일정정도 견제하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복안인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대주주 횡령과 경영권 분쟁 등으로 하이마트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신세계가 가세하면서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