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16일] 필요악 대부업

최근 탤런트 안재환 씨가 40억원의 사채를 못 이겨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부업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참에 대부업을 아예 없애야 한다거나 법정 이자 최고 한도를 연 24%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대부업 자체를 부정하거나 강제적으로 이자 한도를 조정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 업체들은 시중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신용등급 9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들과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준다. 누가 대부업체의 돈을 쓰겠느냐고 하겠지만 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의 경우 현재 대출 잔액이 약 8,000억원에 달한다. 대부업체가 없어진다면 그만큼 서민들이 돈을 빌려 쓸 데가 없어지는 것이다. 또 대부 업체들은 연 15% 안팎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최고 연 49%의 금리로 대출을 한다. 반면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과 캐피털은 연 7.0% 안팎의 금리로 돈을 조달해 최고 40%가 넘는 대출금리를 적용한다. 2금융권이 받는 대출취급수수료와 중도해지수수료를 감안하면 대부업 상한금리와 맞먹는다. 조달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만 놓고 보면 누가 악덕(?) 업체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물론 대부업체의 대출금리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대출금리를 더 낮춰 서민들이 보다 싸게 돈을 빌릴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금리를 낮추는 방법은 법률 개정 등 강제적인 방법이 아닌 ‘시장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소액신용대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조달금리가 낮아진다면 대출금리는 자연스레 떨어지게 된다.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정부가 대부 업체들의 회사채 발행, 상장 등을 허용하는 게 순리다. 대부 업체의 등록요건을 강화하거나 금리를 강제로 조정하면 양지로 나왔던 업체들은 다시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은 지금보다 강력하게 할 필요가 있지만 업종 자체를 부정하거나 급격한 금리 인하 정책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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