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핫 이슈가 된 위안화 행보는 앞으로 어떻게 되나. 위안화의 앞 길을 결정짓는 결정적 변수들은 무엇인가. 중국 정부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EU 등 서방 지도자들의 계속되는 위안화 절상 압력에도 불구하고 꿈쩍 않고 있다. 서방국들은 무역 역조 등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측에 위안화 가치를 높여 자국의 수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촉구했지만 중국의 주민 인민은행(중앙은행) 부총재는 지난 9일 베이징의 한 포럼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국 수출이 급감하면서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수도 있었다"며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야기하는 주요 요인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中 수출·주요산업 구조조정·복지 시스템 확충이 변수
절상땐 '싱가포르 통화바스켓 방식' 벤치마킹 유력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서방의 압력이 위안화 향방의 결정적 변수가 아니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대신 위안화 가치는 중국 내부의 동인(動因)에 따라 흐름이 정해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위안화를 절상해도 되는 제반 경제 환경이 조성됐다고 판단될 때 절상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위안화 가치 변동은 중국 수출은 물론 알루미늄, 철강 등 과잉 투자 산업의 구조조정, 이에 따른 실업문제를 포함한 사회복지 시스템, 인플레, 내수 등 국가 경제 전반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메가톤급 사안이다. 자칫 섣불리 위안화 절상에 나섰다가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중국 정부의 당면 과제인 경제 체질 구조조정의 기반을 놓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변동에 여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안화 향방을 예측하려면 위안화 절상의 전제 조건인 이들 주요 경제 변수 및 당면 과제들이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올해 말부터 수출이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서는 양상인데다 정부가 기존의 수출 위주 성장에서 중산ㆍ서민층 소비 확대를 통한 내수 위주 성장으로의 경제 체질 전환을 시도하고 있어 위안화 절상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먼저 위안화 절상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수출을 보자. 수출은 중국 국내총생산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년 동기대비 -15~-20% 안팎까지 떨어졌던 수출이 올해 말 들어 플러스로 돌아서는 양상이고 내년에는 기저효과와 맞물리며 +10% 안팎의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경제 성장을 위해 수출에 목맬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철강, 알루미늄 등 주요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을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과잉 투자 및 생산 구조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저가의 밀어내기식 수출이 줄어들면서 위안화 가치를 절상시킬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코트라 베이징 사무소의 박한진 부장은 "지난 2005년 위안화 절상을 단행할 때도 알루미늄, 철강 등 고질적인 과잉 투자 산업의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중국 정부가 밝혔지만 제대로 후속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경제 체질을 바꾸겠다며연내에 실질적인 산업별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201개 회사가 난립할 정도로 과잉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철강산업의 과잉생산 구조를 시정하기 위해 올해 철강회사들이 신청한 290억달러의 철강 증산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저임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임가공 무역수입보다 일반 무역수입 폭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임가공 수출은 최근 몇 년 들어 중국에 막대한 무역 흑자를 안겨다 주었지만 이들 업체의 마진이 박해 위안화 가치 변동에 매우 취약하다. 중국 정부가 내년도 경제정책의 중점 부문으로 자원 재분배를 통한 중산층ㆍ서민 소득 확대, 복지 시스템 확충을 설정한 것도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중국인들은 교육, 의료, 양로 등 기본적인 복지 시스템이 거의 없거나 매우 취약하다. 스스로 자신을 돌봐야 하는 것이다. 중국인의 저축률이 40%를 웃도는 것도 이같이 복지 시스템이 취약하다 보니 미래를 대비해 저축을 할 수 밖에 없다. 저축률이 이같이 높으니 소비가 늘어나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정부는 이에 따라 복지 시스템을 확충하고 자동차, 가전 구매 지원 등을 내년에도 더욱 확대해 이들 서민층의 지갑을 열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까지는 정부의 대규모 재정 투자 및 팽창적 통화 정책으로 경기를 살릴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지속 성장 가능하기 위해서는 민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올초부터 풀린 정부 사상 최대(4조위안)의 재정 정책, 은행을 통한 막대한 유동성 방출 등으로 풀릴 대로 풀린 돈이 내년에 인플레라는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것도 중국 정부의 고심거리다. 위안화 절상은 수입 가격은 낮춰 잠재적 인플레를 방어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래 저래 위안화 절상의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나설까 ?. 전문가들은 중국이 싱가포르식 통화바스켓 방식을 벤치마킹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통화바스켓 제도란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 주요 통화를 자국의 무역거래 비중 등에 맞춰 가중치를 부과해 환율을 결정하는 것이다. 싱가포르가 통화바스켓 제도로 안정적 환율을 유지해 온데다 각 국별 통화 가중치, 구성 통화수와 방식 등을 통해 나름대로 환율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편입 통화 수와 가중치가 비밀리에 운용되기 때문에 핫머니 등 투기 세력이 환율을 예측하기도 힘들다. 중국은 사실 지난 2005년 7월 전격적으로 위안화를 달러화 대비 2.1% 평가절상한다고 밝히면서 환율 체계를 통화 바스켓 제도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이후 2008년 6월까지 점진적으로 위안화를 달러화 대비 20% 가량 평가절상시켰지만 실제 통화바스켓 제도는 운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3ㆍ4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밝힌 '유연한 환율체계 운용'이나 최근 중국 외교부의 고위 당국자가 밝힌 '위안화 변동폭 확대'발언 등이 모두 통화바스켓 제도의 실질적 도입을 뜻하는게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있다. 절상 폭은 핫머니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기위해 점진적으로 실시하되 경기 회복 상황을 봐가며 내년 중반께부터 서서히 올리기 시작해 내년말까지 2~3%대의 절상이 이뤄질 것이란게 대체적인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