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달러 가치를 `쥐락펴락`하는 최대 변수 지역으로 떠올랐다.
23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의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투자자들의 미 국채 등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보유 규모가 급증하면서 달러 가치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 규모는 현재 1조달러로 이를 사고 파는 것에 따라 달러 가치의 등락이 좌지우지되고 있다. 국가별로는 올 3월말 현재 일본의 미 국채 보유 규모가 3,866억달러로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대 규모며, 중국(1,177억달러), 홍콩(498억달러), 한국(418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또 미국 2위 모기지 금융업체 프레디 맥 회사채의 경우엔 아시아 투자자들이 전체의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한 고위관료는 이와 관련,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우리 시장에서 점점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는 대부분 국채와 프레디 맥 등 국영 기업의 채권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투자자들의 달러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 금융시장 전문가들과 담당 관리들은 이들이 채권을 일시에 대규모로 되팔 경우 달러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수개월간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미 채권에 대한 매수세를 견지, 그나마 달러 가치의 낙폭을 줄일 수 있었는데 이들이 매도세로 돌아설 경우엔 달러 가치가 추가로 급락할 여지가 크기 때문.
이런 가운데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최근 실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 같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AWSJ는 전했다. AWSJ에 따르면 이들은 현재 1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 아시아 지역의 국채를 매수할 계획이다. 이 규모는 아시아 지역의 미 국채 보유 규모인 1조달러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들이 미 국채 외 다른 자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게 미국 입장에선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 아울러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달러 약세로 인해 대신 유로 표시 자산을 늘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FRB 관리는 이에 대해,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미국 자산을 소폭이라도 줄일 경우 경제 전망 자체가 매우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국채를 대규모로 매각할 경우 달러 가치의 하락으로 인해 다른 달러 표시 자산의 가치가 동반 하락할 것을 우려,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미 국채에 대한 환매에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AWSJ는 전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