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결산도 끝나기 전에… 또 먹고 튀나

론스타 5000억 배당 강행<br>외환銀 매각 대금 포함하면 투자액 3배 7조6000억 벌어<br>당국 론스타 '꽃놀이패' 방조

론스타가 시도하는 또 한 번의 분기배당은 금융당국이 방조한 '먹튀'의 극단적인 모습이다. 론스타는 그동안에는 직전 분기 배당을 결정하는 이사회를 이익이 확정된 후에 열었다. 분기가 끝나는 다음달 말이나 그 다음달 초에 주로 배당 결정을 해온 것이다. 이번의 경우 통상대로라면 7월 말이나 8월 초에 여는 것이 상식적이었다. 7월1일 열리는 이사회는 결국 정상보다 한 달 이상 앞당긴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지부진한 하나금융과의 매각협상과 별개로 현대건설 매각에 따른 9,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수익을 현금배당을 통해 빠르게 회수하려는 속셈이다. 론스타 관계자는 "결산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분기배당을 결의하겠다는 것은 속전속결로 이익잉여금을 회수하겠다는 의도"라고 얘기했다. 론스타는 지난 2006년 2조1,548억원을 투자해 외환은행의 지분 64.62%를 인수한 후 지분(13.6%) 블록세일과 배당을 통해 총 2조4,058억원을 회수해 이미 11.65%의 수익을 올렸다. 이번에 최대 5,000억원의 배당까지 더해지면 배당으로만 1조7,000억원을 거둬 들인다. 총 회수금액은 2조9,000억원에 달해 투자금을 제외한 이익금만도 벌써 7,500억원에 달한다. 남은 지분을 팔기도 전에 계산한 수익률만 34%다. 여기에 하나금융과 체결한 외환은행 매각대금 4조6,888억원을 그대로 받는다면 론스타는 2조1,000억원을 투자해 3배가 넘는 7조6,000억원을 가져간다. 이번 배당이 하나금융과의 매각협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건이다. 하나금융과 론스타와의 계약유효기간은 5월24일로 론스타가 지난 1ㆍ4분기에 대한 배당을 받으려면 하나금융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하지만 현재는 계약유효기간이 지났고 양측이 계약연장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하나금융의 동의를 얻을 필요는 없다. 문제는 론스타가 현대건설 매각대금인 9,000억원에 대한 배당금을 받아가게 되면 기존에 하나금융과 체결할 때보다 외환은행의 기업가치가 떨어진다는 데 있다.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계약한 외환은행 매각금액에는 현대건설 매각에 따른 이익 부분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측은 론스타와의 계약연장 협의에 이 부분을 반영해 가격을 깎겠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의 한 관계자는 "론스타가 대규모 배당을 받아가면 그만큼 외환은행의 가치는 줄어드는 것 아니냐"며 "이 부분을 가격에 적절히 반영해 계약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나금융의 의지가 제대로 반영될지는 의문이다. 당국의 대주주 자격에 대한 판단이 장기화된 마당에 론스타 입장에서는 하나금융과의 계약연장을 파기하고 충분한 수익을 챙긴 후에 다른 기관과 매각협상을 벌여도 전혀 손해볼 게 없다. 당국이 사후 책임이 두려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동안 론스타는 마음껏 꽃놀이패를 휘두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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