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의 재개에 대한 북한의 대답이 기다려지는 가운데 미국 고위인사들이 거친 표현으로 잇따라 북한을 자극하고 있어 6자회담에 대한 미국의 본심이 무엇인지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27일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새 전투의 시대에 우리는 국가가 아닌 정권을 겨냥할 수 있고 그것은 테러범과 폭군들이 더이상 무고한생명 뒤에 숨어 안전하게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폭정의 잔존기지'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점을 감안할 때 부시 대통령의 언급은 김정일 정권에 대한 정권교체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을 직접 거명하지 않고 있는 점과 사관학교졸업식에서의 언급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부시 행정부를 떠받치고 있는 미국 현정부 내 이른바 '신보수주의자'들의 발언은 `주권국가'에 대한 예우로 볼 수 없어 과연 미국이 6자회담 재개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의구심을 사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은 CNN '래리 킹 라이브' 프로그램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경찰국가이자 인구의 과반수가 비참한 빈곤과 영양실조 상태에서 살고 있는, 세계에서가장 군사화된 사회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체니 부통령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지만그의 발언에서는 회담 의지가 읽혀지지 않는다는 것이 대북문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앞서 스티븐 해들리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15일 CNN '레이트 에디션'과 폭스 TV의 '폭스뉴스 선데이'에 잇따라 출연, "북한의 핵실험 준비를 시사하는 증거를봤다", "핵실험시 6자회담의 다른 참여국들과 함께 다른 조치들에게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해야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 속에서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우리는 모순된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아무 조건 없이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해 외교적 방법으로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측으로서는 `폭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대북언급을 쏟아내는 가운데 미국방부는 F-117 스텔스 전폭기 15대를 남한에 배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같은군사적 압박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가로막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명확하다.
이같은 미국의 헷갈리는 언행 때문에 과연 미국이 북한의 6자회담 참가를 진정으로 원하는지, 나아가 북핵문제 해결에서 진정으로 추구하고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미국이 보여주는 태도는 그동안 외교적 방법으로 북핵문제를 푼다고 표명해 온 정책목표를 의심게 한다"며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참가를 원하기보다 6자회담 참여를 막으면서 강경책 구사를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것 아닌지 헷갈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ㆍ미 간의 차이는 대북관의 문제가 아니라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 의지의 차이인 것 같다"며 "내달 10일 열리는 한ㆍ미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정책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