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13일] 스타보다 영화가 먼저다

"소감을 짧게 할 테니 제가 인사말 하는 동안은 조시 하트넷의 얼굴을 안 비쳐줬으면 좋겠다." 지난 8일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화제가 된 장진 감독의 말이다. 장진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 인사말에 앞서 카메라가 첫 방한한 할리우드 스타 조시 하트넷의 얼굴을 계속 비추자 이같이 말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조시 하트넷, 기무라 타쿠야 등 해외 스타뿐 아니라 장동건ㆍ소지섭 등 국내외 스타 150여명이 총출동했다. 팬들로서는 평소에 쉽게 만날 수 없는 스타의 얼굴을 볼 좋은 기회였지만 이 때문에 영화제의 중심에 있어야 할 '영화'는 실종된 느낌이었다. 조시 하트넷은 지난 몇 년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해외 스타 중에서 가장 지명도 있는 스타였다. 때문에 이 같은 관심은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이었다. 하지만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의 감독이 카메라를 스타들에게만 돌리지 말라고 한 건 우스갯소리로만 한 말은 아닌 듯싶다. 한 원로 영화감독은 술자리에서 "영화제가 마치 '조시 하트넷' 축제 같다"며 "우리 영화와영화인들이 그보다 못한 것이 뭐 있느냐. 영화제의 주인공은 영화가 돼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조시 하트넷이 참석한 행사는 연일 성황을 이뤘고 처음 며칠간 언론의 관심도 그에게 집중돼 있었다. 문제는 할리우드 스타뿐만이 아니었다. 국내에서도 많은 스타를 초청했지만 운영은 순조롭지 않았다. 한 대형 스타의 매니저는 "영화제 측에서 배우들을 무리하게 많이 초청했다"며 "숙소도 예년처럼 제공해주지 않아 배우와 함께 와야 하는 매니저ㆍ코디네이터 등은 방을 따로 잡느라 고생했고 경호도 제대로 되지 않아 사설 경호업체를 따로 붙여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로 14회째를 맞았다. 국내 최대규모의 영화제인데다 많은 영화인들이 사랑하는 영화제다. 영화제 측은 외양을 키우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양에 신경 쓴 듯 무리하게 많은 스타 초청과 운영미숙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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