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위기의 현대사회 '어제'에서 배워라

■ 어제까지의 세계(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영사 펴냄)




'총·균·쇠' 저자 다이아몬드
뉴기니 원주민 등 부족사회서
수십년 생활하며 보고서 완성

전통사회 미덕·풍습 통해
분쟁·양육문제 등 해법 제시


우리 국민의 70%가 소유할 만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청소년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들어 이를 나무라는 부모에게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거나 휴대폰 가상세계 속에 갇혀 폐쇄적으로 지내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지역 초중고생 100명 가운데 6~7명이 스마트폰에 중독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 게임방을 놀이터로 삼아 놀고, 편지나 전화가 아닌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하며 친구와 관계를 맺고 있다. 동네 공터에 모여 흙을 만지며 생태 체험을 하거나 나무나 돌을 재료로 장난감을 만들며 놀았던 중장년층의 어린 시절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퓰리처상을 받은 '총, 균, 쇠'에서 인류역사의 탄생과 진화를, '문명의 붕괴'에서는 문명의 위기와 종말을 논했던 문화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가 10년 만에 신작을 내놨다. 그는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 세계의 문제점을 성찰하며,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길을 찾아 나섰다. 그는 지속 가능한 가치를 통해 우리 삶을 바꿔가는 방법에 대한 해답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가 아닌 어제까지 우리와 함께 존재했던 전통사회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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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사회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목소리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방식이 유일한 것이 아니며 사회적으로 혹은 생태적으로 다른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그는 뉴기니 원주민, 알래스카 이누피아크족, 아마존 야노마모족, 필리핀 아그타족 등의 사회에서 수십 년간 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문명의 희망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완성했다.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에서 전통사회와 현대사회의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파푸아뉴기니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다 어린 학생을 차로 치어 죽게 한 A라는 남자는 고의성이 전혀 없었지만 (자신의 신변 보호를 위해) 곧바로 경찰서를 찾아왔다. A는 죽은 학생이 자신과 다른 종족이었기 때문에 차에서 내리면 주변 사람들에게 맞아 죽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가 다니던 회사의 사장도 죽은 학생의 친척이 회사 직원들에게 보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출근 금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현대사회였다면 피해자의 가족은 민사소송을 계획했을 것이고 가해자의 가족은 변호사와 보험회사 직원과 함께 소송에 대비했을 것이다. 사법체제라는 국가 시스템이 개입되고 사적 복수는 일어나기 힘들다. 반면 뉴기니 전통사회에서는 복수든 보상이든 당사자가 직접 나선다. 그리고 진심을 동반한 보상을 통해서만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도 제시된다. 아기가 울면 현대사회에서 부모들은 '자꾸 안아주면 아이의 버릇이 나빠진다'며 무시하지만 전통사회에서는 즉각 포근하게 안아주며 눈을 맞춘다. 쿵족 아이의 우는 시간은 네덜란드 아이의 절반에 불과한데, 한 살 배기의 경우 울음을 모른 체하면 오히려 더 오래 운다는 사실이 실험 결과로 입증된 바 있다. 저자는 현대사회에서는 사라진 미덕인 연장자에 대한 공경심도 살펴본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인 아란다족은 맛있는 음식을 젊은 사람이 먹으면 끔찍한 재앙이 닥친다는 루머 아닌 루머를 유포해 가장 맛있는 음식은 노인, 특히 늙은 남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한다고 한다.

저자는 그렇다고 해서 전통사회를 낭만적으로 미화하지는 않는다. 현대인에게는 충격적일 수 있는 전통사회의 풍습도 가감 없이 소개하며 현대사회의 장점, 이를테면 편리성과 효율성 등도 함께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 노후를 즐겁게 사는 방법,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는 방법을 바로 '어제의 세계'로부터 배울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스마트폰이 아닌 흙이나 자신이 만든 장난감을 만지며 노는 아이들, 쓸모 없다며 폐기 처분되는 존재가 아닌 오랜 경륜에 대한 정당한 존경을 받는 노인, 카톡을 통해 만나는 디지털 이웃이 아닌 얼굴을 알고 집안의 대소사를 세심하게 챙기는 옆집 사람…. 이런 삶이 회복될 때 우리는 좀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2만 9,000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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