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도박 사업은 언해피엔딩

조선 후기의 문신인 윤기는 자기 집안에서 영원히 하지 않아야 할 일들을 적은 '가금(家禁)'이라는 문집에서 '나랏빚은 떼어먹어도 투전(노름의 일종) 빚은 그럴 수 없다. 갚지 못하는 자는 입은 옷을 벗어야 하고, 부족하면 가족과 다른 사람을 속여 빚을 내고, 그러고도 안 되면 남의 집 물건을 훔치게 된다'고 말했다. 도박의 폐해는 굳이 조선시대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만 보면 금방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세계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사행산업 광풍이 불고 있다. 미국의 플로리다, 매사추세츠, 오하이오 등의 주 정부들은 경제 불황으로 인한 세수 감소를 사행산업으로 메워보겠다며 카지노 건립법안을 만들었다. 영국도 중소 규모의 카지노를 통폐합해 유로존 재정위기를 극복하겠다고 한다.


지난해 대지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정부 역시 카지노사업 합법화를 추진하기 위해 오는 6월 말 정기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카지노산업을 개방한 싱가포르가 경제적 이득을 챙긴 점에 주목한 것이다.

관련기사



베트남 재무부는 불법 도박을 근절한다는 이유로 스포츠 경기 베팅을 합법화하기로 했다. 필리핀은 아예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를 캐치 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외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마카오는 도박꾼을 빼앗기지 않겠다며 객실정비와 리조트 건설 등 대대적인 정비작업이 한창이다.

막스 베버는 정신이 썩은 자본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면 어떤 나라도 자본주의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도박이 해피엔딩인 경우는 별로 없다.

도박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16세기 이탈리아 대수(代數)학자 카르다노 지롤라모는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개인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금을 몇 푼 더 걷어 재정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탕주의의 만연, 근로의욕의 쇠퇴, 개인 파산과 가정 불화 등 각종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급하다지만 반드시 지는 게임에 몰입하는 각국 정부의 발상에 어처구니가 없다.

문승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