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동산·펀드에 돈묶여 부자도 유동성 리스크

일시적 자금난에 1억이상 가계대출 급증

부동산·펀드에 돈묶여 부자도 유동성 리스크 일시적 자금난에 1억이상 가계대출 급증 서울 대치동에 사는 40억대 자산가인 K(50)씨는 최근 A은행 강남 PB센터에서 10억원을 대출받았다. 지난 6월 말 매입한 공주 지역 토지의 잔금을 치르기 위해 부랴부랴 받은 대출이었다. 계약금은 보통예금에서 5억원을 찾아 처리했지만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물로 내놓은 강남의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은행에서 자금을 빌렸다. K씨의 자산을 관리하는 A은행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K씨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과 펀드에 묶이면서 일시적으로 자금흐름이 경색됐다”며 “당장 잔금을 치를 현금이 없어 대출로 이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K씨같이 은행에서 긴급자금을 빌리는 부자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국내외 간접상품(펀드) 투자에서도 손실을 보면서 현금화가 어려워지자 일시적인 자금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거액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PB들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유동성 리스크에 빠진 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외환은행 등 일부 은행 PB들은 이런 고객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대출수요를 파악, 마케팅 활동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에서 1억원 이상의 가계자금 대출이 급증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국민은행의 6월 말 현재 1억원 이상 가계대출 잔액은 17조298억원으로 지난해 말(15조1,381억원)보다 11.4%(1조8,917억원)나 증가했다. 특히 가계대출 총 증가액 중 대부분이 1억원 이상의 거액대출에 집중됐다. 하나은행 역시 1억원 이상의 대출이 크게 늘어 7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조원 가까이 늘어난 10조3,986억원에 달했다. 올들어 신규 대출받은 거액대출 건수도 7,067건으로 하루 평균 50건에 육박했다. 올들어 7월까지 하나ㆍ우리ㆍ신한은행 등 3개 은행이 1억원 이상 빌려준 대출액의 건 당 평균 대출금액은 1억8,000만원. 한번 자금을 빌릴 때 2억원 가까이 대출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1억원 이상 규모의 거액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개인명의로 자금을 빌리는 중소기업 대표자들의 대출이 증가한 것도 한 원인이지만 부자들이 일시적인 자금난을 막기 위해 은행대출을 늘린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B은행의 한 PB는 “예금금리가 3%대까지 떨어지면서 상당수 부자들이 현금보다는 부동산이나 해외펀드 위주로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데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며 “부자들이 소비를 늘려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하지만 진짜 돈 많은 갑부를 제외한 적지않은 부자들이 실물과 금융투자에서 모두 손해를 봐 소비를 늘릴 여유자금이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조영훈 기자 dubbcho@sed.co.kr 입력시간 : 2004-08-0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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