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뷰] KDS 고대수 사장 "E-머신즈 신화 지켜봐 주세요"

한국의 PC산업은 현재 11시다. 내수건, 수출이건 전에 없던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폭발적인 PC시장에 최근 강력한 다크호스가 출현했다. 코리아데이타시스템스(KDS)가 그 주인공. KDS라면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16년간 컴퓨터 모니터 한우물만을 팠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PC업계에 최대 연구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기록의 PC업체 「E-머신즈」를 삼보컴퓨터와 합작하여 만든 회사가 바로 KDS다.KDS는 요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PC 완제품 제조로 스펙트럼을 넓히기 시작한 것. 그 바탕엔 세계적인 모니터 전문기업으로 쌓은 신뢰의 이미지와, E머신즈 신화 창조로 축적한 파워가 깔려 있다.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용틀임하는 변화의 한복판에 고대수(高大守) KDS사장(43)이 있다. 『PC산업은 점점 국경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PC시장 경쟁력의 화두가 「규모」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누가 얼마나 싸게 대량생산할 수 있느냐로 생존이 엇갈리게 된다는 뜻이죠. 몇 년 내로 세계시장엔 10개 정도의 대형 PC업체만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KDS가 공룡기업과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PC 완제품 제조가 필요했다는 게 高사장의 설명이다. KDS는 이제 PC전문업체로 외연이 커졌다. 얼마 전부터 미국 E-머신즈를 통해 수출하기 시작한 모니터 일체형 PC 「E-원」은 벌써 120만대의 예약 주문을 받을 정도로 호응이 대단하다. 첫 작품부터 출발이 산뜻하다. 9월부터는 국내 시장에도 출시할 계획이다. 모니터 내수 판매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대형 PC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한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나가고 있다. 얼마 전 세계 최대의 PC메이커인 컴팩은 E-머신즈를 텍사스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특허 침해. 무려 13개의 특허를 무단 사용했다는게 컴팩측의 주장이다. E-머신즈가 급성장하자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라는게 업계 공통의 시작이다. E-머신즈가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작년말 E-머신즈가 미국시장에 첫발을 디딜 때만 해도 컴팩의 경쟁상대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젠 컴팩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돼버렸다. E-머신즈는 창업 1년만에 10억달러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또 이제 창업한 지 9개월 밖에 안된 E-머신즈의 기업가치가 50억달러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화엔 우연이란 없는 법. E-머신즈 신화는 삼보와 KDS의 절묘한 팀워크, 高사장의 땀과 눈물이 있어 가능했다. 高사장은 십수년간 미국시장에서 인고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는 85년 KDS 미국지사를 맡았다. 직원은 없었다. 그가 직원이자 지사장이었다. 기업환경은 냉혹하기만 했다. 한국산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시대였다. 『첫 1년동안 모니터 하나 달랑 들고 103개 업체를 방문했습니다. 모두 퇴짜를 놓았죠. 끈질긴 설득 끝에 한 곳을 뚫었습니다. 1년동안 투자하여 고객 하나를 건진 셈이죠.』 高사장은 그 첫해 모니터 8,000대를 팔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값진 소득은 지옥같은 1년을 통해 미국시장의 생리를 「동물적인 본능」으로 체득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그의 발로 뛰는 영업은 사람 사귀는데 귀한 밑천이 됐다. PC 유통의 마당발로 통하는 스티븐 더커 E-머신즈 사장도 그렇게 만났다. 만난지 1년 밖에 안된 이홍순(李洪淳) 삼보컴퓨터사장과 대번 의기투합해 E-머신즈를 만들어 낸 것도 그가 사람 사귀는데 남다른 재주가 있음을 말해준다. 그는 KDS사장 취임 전 7년동안 구미공장에서 살았다. 미국 로드 아일랜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高사장이 PC 기술과 생산에 관한 한 누구 못지않게 해박한 지식을 갖게 된 것이 공장근무에서 비롯된다. 고대수 사장은 자신에게 매우 엄격하다. 이는 부친인 고석영(高錫英) 회장으로부터 내려받은 유산이다. 高회장은 예순을 넘어서야 집을 마련했다. 그전까지 高회장 가족은 전세방을 옮겨다녀야 했다. 종업원 200여명의 건실한 기업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무주택자라는 사실이 쉽게 믿겨지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집한채씩 마련해주기 전까지는 집을 갖지 않겠다는 결심 때문이었죠.』 高회장은 자신과의 그 약속을 실천한 뒤에야 집을 장만했다. 구미공장에 갖춰진 세계 최고수준의 자동화 설비도 그처럼 고집스런 高회장의 집념의 산물이다. 고대수 사장은 CEO가 갖춰야 할 상당한 덕목을 高회장으로부터 배웠다. KDS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직원을 늘릴 계획은 전혀 없다. 완벽에 가까운 자동화 설비투자 덕분이다. 고대수사장은 직원들이 중요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권한도 대폭 넘겨준다. 자신은 마음에 안들어도 직원들이 한번 소신껏 해보도록 기회를 주는게 그의 스타일이다. 해외시장 마케팅도 지사가 알아서 한다. 직원들이 잘하는 것은 믿고 맡기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만 챙기는 것이 高사장의 원칙이다. 그는 경영자가 독단에 빠지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高사장은 『한발만 앞서자』고 강조한다. 조금만 앞서도 경쟁업체를 따돌리기가 훨씬 쉽다. 대표적인 사례가 E-머신즈. 그는 모니터 시장이 대형으로 바뀔 것으로 판단, 지난해 15인치 이하 제품은 과감히 단종시켰다. 이 또한 맞아 떨어졌다. 『너무 앞서나가도 안됩니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예측 가능한 경영」이 그가 추구하는 바다. PC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高사장은 빠른 변화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책을 많이 읽는다. 책은 소설이나, 잡지, 전문서적 등 가리지 않는다. 그의 말대로 「잡독(雜讀)」이다. 『해외출장 때는 보통 3권 이상의 책을 읽습니다. 한해 100권 이상은 읽으려고 합니다. 다양한 정보를 얻는데는 책보다 좋은게 없죠.』 KDS는 지난해부터 성장의 탄력을 받아 일취월장하고 있다. 지난해 3,704억원의 매출에 100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렸지만 올해는 7,500억원의 매출에 350억원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1조원기업으로 크는게 목표. KDS의 미래는 한국 PC산업의 미래를 점치게도 하는 풍향계다. /문병도 기자 DO@SED.CO.KR /사진=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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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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