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제금융시장 지정학적 변수에 좌우

이라크 공격이 임박하고, 북한 핵 이슈가 불거져 나오는 가운데 국제금융시장이 올들어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보다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뉴욕 월가에선 애널리스트 또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역할이 축소되고, 지정학 분석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미ㆍ영ㆍ스페인 정상회담 결과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해지자, 17일 아시아 시장을 시작으로 전세계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쳤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이라크 군장성들이 미국의 공격에 앞서 항복할 것이라는 CNN 뉴스로 뉴욕 주가가 폭등했고, 7일에는 오사마 빈라덴 체포설로 주가가 반등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등 세계 경제가 불황의 늪에 허우적거리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을 찾고, 이에 따라 국제분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투자국을 옮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북한 핵에 노출된 한국, 대형 테러사건이 발생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미 지상군 주둔을 거부한 터키에선 해외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이에 비해 경제여건이 취약하지만 투자 안전성을 보장하는 브라질, 중국, 러시아, 남아프리카등이 이머징 마켓 투자자의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욕 월가의 투자회사들은 조사연구팀에 지정학 전문가를 충원하고 있다. 전문인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거나, 자금규모가 약한 펀드들은 전문 컨설팅 업체의 분석을 비싼 돈을 주고 사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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