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엉뚱한 배만 불린 중기 보호정책] 보호는 커녕 대기업과 공생하던 중기마저 벼랑끝 내몰아

● 공공기관 급식<br>세계적 급식업체 아라코 1년도 안돼 점유율 폭증… 아워홈 -4% 성장 직격탄<br>● MRO 시장<br>오피스디포 26% 장악… 삼성이 매각한 IMK도 매출액 21.6% 늘어<br>● LED 조명<br>오스람·필립스가 73% 국내기업은 4곳만 혜택… 피해 중견기업 54곳

유장희(가운데)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올 2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21차 동반성장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가 시행 2년여가 지나면서 중소기업 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경제DB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대기업의 공공기관 급식 시장 및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시장 제한 등 3대 제도는 '중소기업 보호 및 육성'이라는 차원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선의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제도들이 중소기업 보호는커녕 자칫 대기업과 공생해온 수많은 중소기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LED 조명 산업의 경우 삼성ㆍLGㆍ동부 등 3대 대기업 LED 종사자 및 협력업체 종업원 수만 2,100명에 이르고 있다. 조명 산업 포기로 피해가 불가피 한 상황이라는 것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설명이다.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외국계 기업과 소수 기업에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중소기업 3대 보호제도가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정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충고했다. 전경련의 자료에는 이 같은 부작용이 잘 드러나 있다.

◇공공기관 급식 시장, 신종 빅2그룹 등장=대기업의 참여가 제한된 공공기관 급식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적 급식 업체인 아라코의 경우 2012년 3월 말까지만 해도 4곳에서 급식을 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 8곳으로 늘어났다. 폭발적인 증가세 그 자체다.

대기업이 빠진 자리에는 아라코 외에도 동원홈푸드ㆍECMD(풀무원 자회사) 등 국내 업체 2곳이 장악해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2개 업체와 아라코 등 3개 업체가 지난해 공공기관 급식 시장에서 69%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2012년도 주요 공공기관 급식업체 현황을 보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넘어간 곳은 고작 7곳. 대기업이었다가 중견기업이 맡은 곳은 19곳, 대기업ㆍ중견에서 외국계 기업으로 이전된 곳이 8곳이었다.

특히 대기업 참여 제한으로 직격탄을 맞은 아워홈의 경우 매출이 2011년 1조2,460억원에서 2012년 1조1,930억원으로 -4%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MRO 시장 규제, 또 다른 독과점 양산=MRO 논란이 일자 삼성은 아이마켓코리아(IMK)를 인터파크에 매각했다. 이런 가운데 공공 MRO 시장에서 대기업의 참여가 배제되면서 준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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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사무기업인 오피스디포의 경우 2012년 조달청의 총 공급액 96억원 가운데 26.3%인 25억원을 수주했다. 외국계 기업은 대기업이 아니다 보니 한국 시장에서 무한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동시에 중소기업 시장 확대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인터파크가 인수한 IMK가 삼성이 빠진 자리를 똑같이 확대해나가고 있다. IMK의 2012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21.6% 늘었다. 영업이익도 11.3% 증가했다. 인터파크로 인수돼 사업 제한 없이 영업활동이 가능해져 IMK의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는 셈이다.

◇LED 조명 산업, 외국계 기업 70% 넘었다=오스람은 2012년 1,645억원 매출을 올려 2011년 대비 14% 성장했다. 필립스도 1,284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6%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두 외국 업체의 매출은 2012년 말 2,929억원. 규모가 4,000억원가량인 국내 LED 소매시장에서 양사 점유율은 73%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국계 업체가 장악한 가운데 대기업 이탈에 따른 우리 기업의 혜택은 말 그대로 소수의 기업에만 돌아가고 있다. 전경련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올 상반기 공공 LED 조명 시장에서 엘이디라이팅ㆍ솔라주체 등 4대 기업이 상위 10개 업체 매출액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외국계 2개 기업과 4개 국내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당초 목표로 한 중소기업들에 대한 고른 혜택은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LED 등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는 중견기업에까지 피해를 미치고 있다. 전경련이 중견기업연합회와 함께 적합업종 선정에 따른 피해 예상 중견기업 수를 분석한 결과 최소 54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도 면밀한 재검토 필요=이에 따라 재계는 중소기업 3대 보호제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기업의 사업 철수가 중소기업 보호는커녕 투자를 위축시키고 소수의 기업과 외국계 기업에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외국계 기업 등과 경쟁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 결국 그 과실이 중소기업에 고루 미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보호제도의 실직적 파급효과를 정밀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새로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재계의 설명이다.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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