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형 금융시스템 수출 '날개'

■ 증권선물거래소 '글로벌화 전략'<br>캄보디아, 증권거래소 설립 통째로 한국에 의뢰<br>베트남·말련등도벤치마킹…금융인프라 '韓流열풍' <br>싱가포르·美·유럽과연계 거래등 사업 논의도 활발

증권선물거래소는 글로벌화 전략의 일환으로 베트남과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에 증권거래 시스템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영탁(왼쪽) 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10월26일 여의도 서울사옥에서 부 방 베트남 국가증권위원회 위원장과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베트남 증권시장은 거래소 운영시스템과 동시호가 등 각종제도, 금융감독기구, 매매방식 등이 모두 한국과 비슷합니다. 전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여서 현지에 온 한국 증권사들은 안방처럼 익숙한 시스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투신운용 김승환 호찌민 사무소장) 아시아 경제와 자본시장이 용틀임을 하고 있다. 이미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 중국의 성장세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고 베트남 증권시장은 메가톤급 ‘폭발’이 진행중이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금융허브’로 자리잡기 위해 해외자본과 기업 유치에 발벗고 나섰고, 공산화에 성장의 발목이 잡혔던 캄보디아마저 증권거래소 설립에 분주하다. 이들의 벤치마킹 대상 1순위는 세계 최고속도의 성장기록을 보유한 한국이다. 이로 인해 이들은 증권거래 및 금융감독기구, 매매시스템 등 각종 금융 인프라를 통째로 한국에서 사들이고 있다.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한류’(韓流)의 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불고있다. ◇‘한국형’금융시스템, 아시아로…=한국제 금융 인프라 수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베트남 증시 설립이다. ‘10년 후 장사’를 예측한 증권거래소(현 증권선물거래소ㆍKRX)가 주축이 돼 지난 96년부터 140여만달러를 들여가며 국내 전문가를 파견하고 베트남 관계자들을 국내에서 연수시켰다. 연수용 기자재는 물론 모의증시 운영, 전산프로그램 개발 등을 지원하며 현지에 맞는 시스템 모델도 제시했다. 공산화의 여파로 증시에 대한 기본개념도 없던 시절이었다. 오랜 협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지난 2000년 베트남 호찌민에는 ‘한국형 증권거래소’가 설립됐다. 이후 베트남 증시는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올해 초 300포인트대에 머물렀던 주가지수가 현재 750대까지 올라 2배 이상 성장했고 1조원이었던 시총 규모도 5조원을 웃돌고 있다. 한번 물꼬가 터진 금융 인프라의 해외수출은 최근 들어 봇물 터지듯 활발하게 진행됐다. 증권시장의 불모지인 캄보디아가 아예 증권거래소 설립을 통째로 한국에 의뢰했다. 지난달에는 말레이시아 거래소가 영국과 인도 등 세계 굴지의 회사들을 제쳐두고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증권시장 채권매매시스템을 개발을 맡기겠다며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태국도 증권거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해달라고 ‘주문’을 넣었고 인도네시아는 국채 전자거래시스템 개발에 한국의 지원을 부탁해 왔다. ◇시스템 종주국의 힘 발휘한다=이 같은 금융인프라의 수출은 일반 상품수출과 달리 당장 돈벌이는 크지 않더라도 두고두고 효험을 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신흥국에 증시를 설립할 경우 관련 법령은 물론, 감독기구와 거래시스템이 전부 한국식이다 보니 국내기업과 증권사들이 마치 ‘내 집 안방’처럼 쉽게 진출해 적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보수, 유지하는데 필요한 서비스 및 기술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국내 IT업체들의 현지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 이영탁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은 “거래소 시스템이 수출되면서 아시아 국가에 한국의 금융제도와 금융 소프트웨어, 관련 금융상품 등이 수출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 선두적으로 진출한 한국투신운용의 김승환 호찌민 사무소장은 “다른 외국계 투자기관에 비해 좀더 빠르게 적응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이미 조성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면 전 세계 금융시장 통합 움직임에 발맞춰 아시아 시장도 통합되면 시스템을 만든 한국이 이를 주도할 ‘종주국’의 자리에 우뚝 설 수 있게 된다. ◇선진시장과도 어깨를 나란히= 최근에는 선진 금융시장 대열에 진입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해졌다. 국내 파생상품을 해외에서, 또 해외 파생상품을 국내에서 사고 팔 수 있도록 싱가포르거래소(SGX)와 시장간 연계거래를 시행하기로 한 점이 대표 사례다. 현재는 투자자들이 국내 선물회사에 주문을 내면 다시 선물회사를 거쳐 싱가포르 선물ㆍ옵션시장에서 상품을 사야 한다. 그러나 거래소간 연계거래가 활성화되면 투자자의 주문 요청을 받은 국내증권사가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주문하면 곧바로 상품이 매입 또는 매도된다.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하는 투자자들도 같은 효과를 본다. 아시아 선진금융시장을 대표하는 싱가포르는 미국, 유럽 등 해외 유수의 기관투자가들이 몰려있다 보니 이 곳을 ‘점유’하게 되면 새로운 수요자를 얻게 되는 효과도 있다. 신홍희 증권선물거래소 해외연계팀장은 “파생상품의 국내 유동성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해외 거래소와 연계사업을 통해 수수료를 낮추고 한국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외국투자가들의 대규모 수요창출을 이뤄내는 게 연계작업의 핵심목표”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뿐만 아니라 금융종주국인 미국, 유럽 등과도 이 같은 연계 노력이 한창 중이다. 세계적인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 상업거래소(CME), 유럽선물거래소(EUREX)와도 연계거래를 포함한 협력사업이 논의되고 있다. ‘허브’라는 말에 어울릴 수 있도록 한국이 세계 금융의 중심에 우뚝 서기 위한 노력들이 지금 전 세계 곳곳에서 하나하나씩 진행중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