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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정밀기계(대표 안상진·사진)는 울산 지역에서 가장 주목 받는 중소기업이다. 198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자동차 생산 자동화 설비를 만들며 쌓은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군에서 사용하는 세계 최고의 첨단 '포구(砲口) 자동청소기'를 개발해 세계 군수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에 없던 자동 청소기로 새 시장을 개척한 창조경제의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수성정밀기계가 만든 포구 자동 청소기는 단순한 청소기 개념이 아니다. 탱크, 자주포, 함포 등의 포구는 제대로 닦아주지 않으면 화약 찌꺼기 등 이물질이 쌓여 명중률이 떨어진다. 포 안에서 포탄이 폭발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의외로 빈번한데 1분, 1초를 다투는 전투현장에서 포구를 청소하느라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전력 문제와 직결된다. 기존 수동 청소는 5~6여명의 인원이 포신의 2.3배에 이르는 '꼬질대(장정봉)'를 이용해 야외에서 청소해야 한다. 시간도 많이 걸릴 뿐더러 화생방전, 방사능지역, 야간전투, 무인기 공격 중에는 병사가 외부에서 청소할 수 없어 장비 가동률이 떨어진다. 또 수동 꼬질대에 가속도를 붙이는 등의 기타 방식도 있는데 이는 강선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 포구 자동청소기는 포 내부에 기울어져 형성돼 있는 강선을 따라 완벽한 청소가 가능하다. 무기의 수명연장과 명중률을 높여 비용절감과 함께 전장의 승리를 확보해 준다.
전시에 병사의 생명을 보호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수동 청소는 포 밖에서 여러 명의 병사가 오랜 시간(많게는 1시간 이상) 청소해야 하는데, 자동 포구청소기는 안에서 1명의 병사가 청소할 수 있다. 적절한 크기로 병사 1명이 휴대할 수 있으며 10~20분이면 충분하다. 즉각 대응 능력에 필수 요소로 2014년 군용 전략물자로 지정됐다. 비무기인데 전략물자로 지정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안상진 수성정밀기계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포구 자동청소기는 길이 750㎜ 안팎의 소형인데다 별도의 부속 장비도 필요없다"며 "포 내부 강선의 결대로 각각의 브러쉬가 깨끗하게 청소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포구 자동청소기는 세계가 먼저 주목했다. 2013년 인도네시아 해군이 76㎜ 함포를 위해 포구 자동청소기를 사들였다. 지난해부터 공식적으로 시연에 들어갔는데 현재까지 오만과 말레이시아, 대만, 폴란드, 태국, UAE, 스페인에서 시연을 완료했다. 12월과 내년 1월 브라질, 카타르, 칠레, 터키, 중국, 독일 등에서 시연할 예정이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16개국에서도 시연 절차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구 청소기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17조~2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회사는 추산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에서 만든 2개의 비슷한 기능의 제품이 있지만 구식으로 성능이 떨어진다. 반면 수성정밀의 제품은 만족도가 탁월하다. 수동 청소기를 자동 청소기로 대체하는 것으로 기존에 없는 시장을 새로 만든 것이다.수성정밀기계는 지난해 자동화설비 판매 등으로 매출이 33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포구자동청소기 수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 분야에서만 2억달러의 수출액을 기대하고 있다.
수성정밀기계는 제대로 된 포구 자동청소기의 세계 유일 생산업체로 국가 전략 산업으로 보호받고 있다. 특허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수성정밀기계가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군수장비 업계에서 빠르게 주목 받는 것은 끊임 없는 연구개발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