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미국의 무비자 확대조치
월스트리트저널 7월 30일자
미국 의회는 한국ㆍ에스토니아 등 동맹국들에 비자 면제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해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미 의회의 이 조치는 해당국가에 혜택을 줌과 동시에 미국 스스로 성공적인 외교정책을 발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7일 의회를 통과한 국토안보법안은 미국 방문자들에 대한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자격을 확대했다. 따라서 VWP 지정국 국민들은 미국에 90일동안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다. 현재 서유럽ㆍ호주ㆍ일본 등 27개국이 여기에 해당하며 추가로 12개국에 즉시 적용, 나머지 국가들은 순차적으로 VWP 지정국에 포함될 예정이다.
미국이 단기체류용 비자발급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감안할 때 새 지정국들이 전부 무비자 혜택을 누릴 때까진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방국 출신의 방문자라해도 비자발급비 100달러, 복잡한 서류심사, 대면 인터뷰를 해야 할 정도로 그 절차가 까다로웠다.
미국 무비자 적용의 최대 복병은 ‘거부율’이다. 어떤 이유로든 비자발급을 거부당한 건수가 많을수록 그 국가는 비자면제국 자격이 되지 못한다. 기존 법규로는 비자면제국이 되려면 거부율이 연간 3% 미만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법안은 거부율의 하한선을 10%까지 늘렸다. 물론 그만큼 비자심사권한도 강화됐다. 심사당국은 반테러리즘법과 같은 현행법에 따라 방문자의 입국심사를 강화할 수 있다.
새 VWP 지정국가는 한국ㆍ에스토니아ㆍ이스라엘ㆍ대만ㆍ브라질ㆍ우르과이ㆍ체코공화국이다. 더 많은 국가들이 비자면제국으로 전환되면 미국이 얻는 경제적 이익도 커질 것이다. 일례로 한국을 보자. 지난해 한국인들이 미국을 방문한 수는 75만8,000건이다. 올해엔 81만1,000건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4년 캐나다가 한국을 비자면제국으로 지정한 후 1년 간 한국인들의 캐나다 방문은 80%나 급증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한국인 한 명이 미국 방문시 쓰는 비용은 항공료ㆍ숙박비ㆍ쇼핑ㆍ세금 등을 포함한 평균 3,700달러다.
이번 법안은 미 의회가 동맹국들에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한 데 대한 보답의 의미가 크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가장 가까운 파트너’에 대한 혜택”이라고 밝혔다. 국경정책은 이러한 측면에서 외교의 의도를 돋보이게 한다. 미국은 고객을 위해 레드카펫을 펼침으로써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입력시간 : 2007/07/30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