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남과 북, 새해에는 대립보다는 대화에 무게 싣나

북, “북남 대결상태 하루빨리 해소해야”…남, “남북관계 중요한 한해”

지난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의 군사적 대립 위기까지 갔던 남북관계가 ‘대화’를 통해 꼬인 실타래를 풀어가자는 분위기가 신묘년 출발부터 감지되고 있다. 물론 남과 북 모두 기본적으로는 안보에 방점에 찍혀있지만, 동시에 ‘대화’의 필요성도 밝히고 있어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 대화도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새해 첫날의 남북에서 나온 메시지만 놓고 보면, 신묘년의 남북관계는 개선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양상이다. 북한은 1일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남북 대결상태 해소를 강조했다. 북핵 6자회담 재개 흐름에 미묘한 기류가 드리워지는 대목이다. 물론 전체적인 문맥상 강ㆍ온 메시지가 혼재된 측면이 있지만 연평도 사태 이후의 긴장이 이어지는 현 국면에서 북한이 ‘관계개선’을 향한 공개적 시그널을 발신한 것 자체가 긍정적 흐름을 조성해내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특히 이번 메시지는 이명박 대통령이 구랍 29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대해 ‘화답’을 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어 남북간 대화무드를 조심스럽게 생성해내는 분위기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올해는 남북관계의 중요한 한해”라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유엔의 적극적 협력을 주문, 새해 첫날 남북이 간접적인 형태로 나마 ‘호응’한 듯한 양상이다. ◇北,“북남, 대화와 협력 위해 노력해야”= 북한은 우선 남북간 대결상태 해소를 강조하면서 대화와 협력을 추진해 남북관계를 복원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북한의 공동사설에서는 “북남 사이의 대결 상태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하기 위해 남조선 당국은 반통일적인 동족대결 정책을 철회하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하는 길로 나와야 한다”면서 “민족공동의 이익을 첫 자리에 놓고 북남 사이의 대화와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북한의 이 같은 언급은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보여 주목된다. 공동사설은 또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과 의지는 변함이 없고, 앞으로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 친선협조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미국 등 특정국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2일 신년공동사설에서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남한 당국의 정책전환이 앞으로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대문을 향한 전면공세’라는 글에서 “조선(북한)이 공동사설을 통해 북남대화의 필요성에 대해 견해를 밝힌 조건에서 남조선 당국의 정책전환 여부가 관건적 문제로 나서게 됐다”면서 “공동사설은 당면한 정치군사적 과제로서 ▦북남대결의 해소 ▦전쟁방지와 평화수호 ▦대화ㆍ협력사업의 적극적 추진을 들었고 여기서 공동보조의 대상은 남조선 당국”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2011년은 국제무대에서 조선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한 외교적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구현해 북과 남이 겨레의 이익에 맞게 정세발전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조선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6자 회담 재개 분위기 조성?= 북한의 신년메시지는 6자 회담으로의 국면전환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있다. 현재 한ㆍ미ㆍ일ㆍ중ㆍ러 5자는 6자회담 재개의 여건조성 차원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긴요하다는 쪽으로 공통의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있는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새해 정세운영의 큰 틀을 제시하는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남북 대결상태 해소를 강조하고 나온 것은 5자의 주문에 '화답'하면서 국면전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이 같은 유화적 태도는 연평도 사태이후 국제적 고립국면에 탈피하고자 하는 전략적 행보의 측면이 있지만 '우군'으로 분류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도 적잖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6자회담 재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오는 19일 미ㆍ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6자회담 재개를 향한 큰 틀의 전략적 합의를 모색하려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을 상대로 '분위기 조성' 차원의 남북대화에 나서도록 적극 독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당국자들의 반응은 일단 신중해 보인다. 북한의 이 같은 유화적 태도에 대해 “진정성 없는 또 다른 평화공세”라는 의구심을 드러내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여기에는 북한이 한ㆍ미ㆍ일이 주문하고 있는 6자회담 재개 전제조건에 대해 성의 있는 대응조치 없이 서둘러 국면전환을 꾀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 깔려있다. 특히 이번 사설에는 “이 땅에 전쟁의 불집이 터지면 핵참화 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 “전군이 긴장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전투훈련을 실전과 같이 벌여 군인들을 싸움꾼으로 준비시켜야 한다”는 대남 강경메시지도 함께 담겨있어 ‘대화’ 쪽으로 지나친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게 당국자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흐름으로 볼 때 북한의 이번 메시지가 6자회담 재개에 긍정적인 흐름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음은 정부 당국자들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 ◇남북간, 북핵 채널 가동까지 갈까= 한국과 북한이 한반도 정세의 최대 난제인 핵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대는 순간이 올지도 관심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달 29일 외교통상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6자회담을 통해서 하지만 남북이 또한 협상을 통해 핵 폐기하는 데 대한민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외교가의 시선은 앞으로 북핵 문제를 6자회담의 공간과 함께 남북 채널에서 다룰 수 있는지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년간 북한 핵문제는 남북간에는 논의되지 않은 사안으로 여겨져 왔던 만큼 만약 '북핵 채널'이 가동되면 큰 의미를 가진다. 1992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따라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가 구성됐지만 특별사찰과 군사기지 사찰 등에 대한 이견으로 남북 당국끼리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최초의 시도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또 김영삼 정권 때는 제1차 핵위기에 따른 북ㆍ미간 협상을 지켜보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서 경수로 건설에 참여하는 수준에 그쳤고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남북간 화해 분위기에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핵문제를 제대로 제기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도 북핵 문제를 2003년 시작된 6자회담에 사실상 맡겼고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논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남북채널을 가동할 경우 북핵 협의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북한이 북핵 협의에 나서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북한은 그간 핵포기를 먼저 요구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강력히 반발해왔고 핵문제를 비롯한 민감한 정치적 대화는 미국과 진행하겠다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구사해왔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