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단기 경기부양만으론 0%대 성장률 못 벗어난다

한국 경제가 4분기 연속 0%대 성장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저성장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24일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4분기 대비 0.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GDP는 지난해 4·4분기와 올 1·4분기 0.9%, 세월호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2·4분기 0.5%를 거쳐 4분기 연속 0%대 성장에 머물렀다. 전년동기 대비로도 지난해 2·4분기(2.7%) 이후 가장 낮은 3.2% 성장에 그쳤다. 특히 3·4분기 GDP 증가율은 2·4분기의 낮은 성장에 대한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상당히 우려되는 성적표다.


저성장도 문제지만 성장의 내용도 실망스럽다. 민간소비가 전 분기의 마이너스 성장(-0.3%)을 벗어나 1%대 증가로 회복했다고는 하나 최경환 경제팀 출범 효과나 9·1부동산대책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한은 당국자조차 "세월호 참사에서 벗어나는 회복세라 할 수 있지만 소비가 활성화됐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할 정도다. 중앙정부가 재정을 대폭 보강한데다 6·4지방선거로 미뤄진 지방정부의 재정이 상당 부분 집행돼 정부 소비가 2.2% 증가한 것 등을 제하면 사실상 민간 부문의 내수성장 기여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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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과 투자지표는 앞으로의 성장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수출은 2.6% 감소해 2008년 4·4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수출부진은 복합적이다. 엔저 등 환율요인에다 전기·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쟁 격화 등이 크게 작용했다. 기업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설비투자도 비행기 등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0.8% 줄었다. 중국 등이 세계 시장에서 우리 주력 제조업을 추격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미래에 대비한 투자를 주저하면 앞으로 수출에서 추가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3·4분기 GDP 지표는 사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경기회복의 핵심인 민간소비 및 투자 부진, 이에 따른 기업실적 부진은 이미 주력기업의 '어닝쇼크'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무리 돈 풀기에 적극적이라 해도 결국 경제주체는 기업이다. 이들이 앞서 뛰지 않는 한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단기 경기부양 못지않게 요구되는 것 또한 구조개혁 조치다. 금융기관에 머물고 있는 돈이 정작 필요한 곳으로 흘러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구조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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