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21일] <1248> 주민등록증


요즘에야 지갑에 모셔져 있지만 예전에는 사용 빈도가 참으로 높았다. 이게 없으면 투표권 행사가 불가능하고 여행도 쉽지 않았다. 학교 앞 주점에 잡힌 적도 있었던 주민등록증. 소지하지 않으면 범죄자로 취급 받기 일쑤였다. 첫 등장은 1968년 11월21일. 군인과 제소자를 제외한 18세 이상의 국민 1,574만4,086명이 12월 말까지 고유한 주민등록번호가 새겨진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았다. 근거법은 1962년 제정된 주민등록법. 법이 마련되고도 시행되지 않던 주민등록제도가 전격 실행된 이유는 안보에 있었다. 청와대를 노린 북한의 특수부대가 1968년 벽두를 뒤흔든 ‘1ㆍ21사태’를 겪은 뒤 정부는 서둘러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문을 찍고 주민등록증을 보급했다. 간첩식별과 주민통제를 위해 도입된 주민등록증제도는 유신시절인 1975년부터 경찰관이 요구할 경우 언제든지 제시해야 한다는 강제규정까지 덧붙여졌다. 주민등록증이 나오면서 이전까지 통용돼온 시도가 발급한 시민증과 도민증도 사라졌다. 조선시대에 실시와 폐지가 거듭된 끝에 불과 18년 동안만 제대로 시행된 호패제도가 현대에 이르러 완벽하게 부활한 것이다. 국가가 신분을 관리하는 주민등록제도는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를 통틀어 52개국이 유사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열 손가락의 지문을 찍어 보관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인권논란을 뒤로 하고 주민증은 전자화 시대를 넘보고 있다. 전자칩이 내장된 주민증를 도입하자는 구상은 정보의 과도한 독점 우려에 따라 일단 수그러졌으나 여전히 잠복상태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만 최소한 1조원대의 시장이 열리고 정보를 활용하면 그 끝을 셈하기도 어려운 부가가치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증의 통한 빅 브러더의 시대가 눈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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