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최근 유동성 우려로 단기급락한 두산ㆍ동부ㆍSTX 등 그룹주들을 대거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극도로 악화된 투자심리 탓에 개인과 기관이 투매형식으로 내던진 물량을 외국인들이 쓸어 담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외국인들이 이번에 집중 순매수한 종목들을 단기매매할 가능성이 높아 추격 매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외인, 낙폭과대 그룹주 대거 매수=4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코스피지수가 1,500선 밑으로 떨어진 8월26일부터 이날까지 1조2,316억원을 팔아치우는 와중에서도 두산ㆍSTXㆍ동부ㆍSKㆍ동양 등 그룹의 낙폭과대주에 대해서는 선별적인 매수포지션을 유지했다. 종목별로는 STX팬오션을 343억원어치 사들인 것을 비롯해 두산중공업(319억원), 동부화재(208억원), 두산인프라코어(144억원), SK(168억원), 동양종금증권(11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은 그룹 전체와 관련된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단기급락을 기록한 대표적인 종목이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종목을 집중 매수한 것은 시장에 퍼진 우려감이 실체와 거리가 멀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또 수익률이란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기관의 경우 급락하는 지수 앞에 앉아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손절매에 나섰지만 이러한 영향에서 자유로운 외국인 입장에선 이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최순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실에 기반한 공시가 아닌 악성루머로 대형 그룹주들이 지수하락률보다 큰 폭으로 빠졌는데 외국인은 빠진 주가수준이 저가란 믿음을 갖고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정부나 해당기업에서 자구책 마련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 퍼져 있던 비관론이 점차 약해져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외인, 단기매매 가능성도 있어=다만 추세적으로 이어질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외국인이 업종별로 연속성이 없는 매매동향을 나타내고 있는데다 전통적으로 장기투자 성향이 강한 것으로 인식되던 외국인에게서 최근 들어 단기매매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은 전날까지 순매수한 종목 중 일부분에 대해 순매도로 돌아섰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단기차익을 노리는 공매도에서 외국인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에서 추정되듯 외국인의 매매패턴에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인영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외국인이 단기급락 종목을 많이 사들이고 있지만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짧은 매매로 보는 게 나을 것”이라며 ”외국인 매수세가 기조적으로 이어진다면 모르겠지만 현 상황에서 수급의 키는 기관, 그중에서도 프로그램이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닥에서도 낙폭과대주 러브콜=외국인들은 코스닥시장에서도 지난달 26일부터 4일 현재까지 NHNㆍ다음ㆍCJ인터넷 등 낙폭 과대 인터넷주를 주로 매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NHN은 이 기간 동안 외국인들이 무려 184억원어치를 사들여 순매수 상위 종목 1위를 기록했다. 이는 NHN 주가가 연중 최고가인 25만1,500원에서 15만원 수준으로 하락해 ‘싸다’는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은 대형 포털업체인 ‘다음’에도 166억원 매수 자금을 투입했다. 다음도 연중 최고가인 8만5,100원에서 최근 5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져 ‘저가매수’ 메리트가 부각됐다. 이외에도 외국인 매수 상위 코스닥 종목에는 2ㆍ4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한 소디프신소재와 태웅ㆍ현진소재 등의 코스닥 대형 단조주, 하나로텔레콤 등도 이름을 올렸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뒷받침됐지만 주가가 워낙 많이 떨어진 것에 대한 저가 매수세로 보인다”며 “물가ㆍ환율ㆍ유가 등의 외생 변수에 민감하지 않은 인터넷주에 대해 외국인들이 안정감을 가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