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문변호사 전성시대] <7> 지적재산권

'기술지식' 무장 특허·상표권 침해 막아

김범희, ▲1969년 부산 ▲부산고,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서울대 공과대학원 ▲사법시험 39회(연수원 29기) ▲2001년 서울대 전문법학과정수료 ▲2003년 국가전문행정연수원 강사 ▲2008년 법무법인 케이씨엘

김원일, ▲1963년 서울 ▲관악고, 서울대 법대 ▲사시 33회(연수원 23기) ▲1994년인천지법 판사 ▲2003년 법무법인 화우 ▲2005년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 자문위원 ▲2009년한국산업재산권법학회 이사

최정열, ▲1964년 인천 ▲부평고,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27회(연수원 17기) ▲1999년사법연수원 교수 ▲2001년특허법원 판사 ▲2005년인천지법 부장판사 ▲2009년 법무법인 율촌 ▲2012년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 김범희 케이씨엘 변호사, 영업비밀·상표권 분야 스페셜리스트
● 김원일 화우 변호사, LG생건 10년 기저귀 분쟁서 승소
● 최정열 율촌 변호사, 의약품 조성비율 법적 보호 받아내


지적재산권 소송의 특징은 모호하다는 점이다. 그만큼 사건을 다루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예컨대 새로운 기술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신기술을 몰래 쓰는 등의 침해 행위를 한 이들로부터 얼마만큼의 배상을 받을 지에 대한 판단은 명확하지 않다.


세계 각국이 지재권 보호를 강화되고 있는 데다 일부 신기술은 천문학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터라 전문변호사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허나 상표권이 주를 이루는 지재권 소송분쟁은 그 결과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좌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정열(49ㆍ사법연수원 17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의약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품의 조성 비율을 어느 정도 기재해야 특허로 인정 받을 수 있는지 명확한 법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법원을 설득해 국내 제약회사의 특허를 지켜냈다.

대웅제약은 위장질환 치료제 제조방법에 대해 특허를 등록하고 '알비스정'이라는 제품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었다. 문제는 알비스정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A사를 비롯한 여러 회사들이 알비스정을 복제한 약을 제조,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대웅제약 입장에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제품을 개발한 만큼 타사의 이러한 행위를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급기야 대웅제약은 율촌에 소송을 의뢰했고, 최 변호사는 대웅제약을 대리해 A사를 상대로 특허침해금지가처분ㆍ채권가압류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A사를 특허침해죄로 고소했다.

A사 역시 대웅제약의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며 특허법원에 특허 무효소송을 제기하며 맞대응했다.

A사는 조성비만을 볼 때 알비스정이 특허로써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고, 최 변호사는 대웅제약의 조성비는 충분히 특허로서 가치가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법원은 지난 2009년 최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대웅제약의 손을 들어줬다.

특허발명 명세서에 사람에 대한 약물투여량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실험근거가 제시돼 있지 않더라도 동물실험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성분들의 조성비가 명세서에 나타나 있어서다. 일반적인 기술자는 동물실험 조성비를 기준으로 사람에 대한 실제 약물투여량을 추정할 수 있기에 특허로써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다. 최 변호사는 "알비스정 소송은 조성비를 어느 정도 기재했을 때 특허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방송 프로그램이 법적으로 보호될 수 있는 지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일반적으로 흔히 사용되고 있는 프로그램 포맷은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판결 역시 최 변호사가 이끌어 냈다.

결혼 적령기 남녀들이 애정촌이라는 공간에 모여 짝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짝'의 저작권자인 SBS는 tvN 채널의 'Saturday Night Live(SNL) Korea'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 재소자 특집' 등을 방송한 CJ E&M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SBS는 SNL코리아의 '? 재소자 특집' 등이 SBS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짝'과 실질적으로 유사할 뿐만 아니라 의도적으로 '짝'을 모방해 제작된 것으로서 SBS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CJ E&M의 소송 대리를 맡은 최 변호사는 SBS가 모방했다고 주장하는 부분들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것들에 불과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없고 CJ E&M의 영상물은 일종의 패러디로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이 허용된다고 반박했다. 3차례에 걸친 변론과 십여 차례의 서면 공방 끝에 법원은 최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범희(44ㆍ연수원 29기)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는 기계공학 석사 출신답게 예리하고 끈질긴 분석으로 영업비밀 침해 사건 등을 포함한 지재권 분야에서 스페셜리스트로 꼽힌다.

김 변호사는 영업비밀 침해 여부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형사 고소를 당한 특수섬유 핵심제조설비 업체인 B사를 대리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 냈다.


B사와 C사는 특수섬유 제조사로서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선도업체였다. 그런데 C사는 자사에 특수섬유 핵심 제조설비를 납품하던 협력업체의 임원 D씨가 퇴사 후 창업해 C사 설계도면을 불법 유출, 사용했다는 이유로 D씨를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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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D씨가 B사에도 C사의 영업비밀을 사용해 특수섬유 핵심제조설비를 납품했는데 B사와 담당임직원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납품받았다며 B사와 담당 임직원들까지 고소했다.

김 변호사는 D씨에 대한 형사기록을 상세히 분석한 결과 C사가 D씨를 고소한 뒤 협상을 했다는 의심을 하게 됐다. C사가 D씨에 대해 민사소송을 포기하고 불처벌탄원서를 제출한 정황 등을 확인한 것이다.

의심스런 정황을 확인한 덕분에 D씨를 궁지로 몰 수 있었고 D씨가 'B사는 C사의 설계도면을 이용해 제조설비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고 진술을 번복하도록 했다.

진술 번복만으로는 무죄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본 김 변호사는 B사와 C사의 기계ㆍ도면의 차이, B사의 자체 개발 경과 등을 상세히 분석해 B사 개발담당 임직원들이 납품업체 임원의 영업비밀 유출사실을 알지 못했고, 실제 개발된 설비 자체도 C사의 것과 다르다는 점을 입증했다. 결국 B사와 임직원들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고, 검사 상고포기로 무죄를 확정 받았다.

이밖에 가방 상표권 침해로 민ㆍ형사 소송을 당한 국내 유명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을 대리한 사건에서도 사측을 적절하게 방어해 아모레퍼시픽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가방 제품과 관련해'HERA'와 '헤라' 상표권을 인수한 E씨는 지난 2011년 아모레퍼시픽이 헤라 표장이 표시된 가방과 백을 사은품으로 증정한 것이 자신의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을 동시에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가방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던 E씨가 갑자기 2008년께 헤라 상표를 매입하고 동시에 가방업체까지 인수한 한 점을 부각시켜 E씨가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이 같은 행위들을 했다고 판사를 설득했다.

마침내 E씨는 소송을 포기하고 자신의 상표들을 아모레퍼시픽에 양도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형사 고소 건에서도 무혐의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김원일(50ㆍ연수원 23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역시 지재권 분야 최고 전문변호사로서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담당한 베테랑으로 통한다.

그는 지적재산권의 개념조차 불분명했던 시절에 일찌감치 기업간 분쟁에서 특허권, 저작권, 상표권 등 지재권이 미래 핵심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는 판단 아래 미국 워싱턴대학 법학석사과정을 이수하면서 모든 과목을 지적재산권 관련 분야로 채웠다.

김 변호사가 처리한 주요사건으로는 국내 언론들의 주목을 끌만한 사건들이 많았다.

주요사건을 살펴보면 일본 토넨(Tonen)사가 SK에너지를 상대로 제기한 분리막 특허침해소송에서 SK에너지를 대리해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이 사건은 2008년 10대 기술방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10년에 걸친 킴벌리클라크와의 기저귀 특허권 분쟁에서 LG생활건강을 대리해 승소했으며, 전 세계 반도체 평탄화공정(CMP)용 연마패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미국의 롬앤하스사가 국내 SKC를 상대로 낸 특허권침해금지가처분사건에서 기각 결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 전지 분리막 특허에 대한 등록무효심판에서 LG화학을 대리해 승소하는 등 국내외 대기업간 소송을 담당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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