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온실가스 감축'을 놓고 국가 자존심을 건드리는 감정충돌을 일으켰다. 오는 12월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열릴 유엔 기후변화 회의를 앞두고 일본이 "모범적인 감축노력을 펼치겠다"고 공표하자, 중국이 "(일본의 목표치는)노력이 한참 부족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일본은 특히 아소 다로(麻生太郞ㆍ사진) 총리가 직접 나서서 중국의 평가에 대해 "무엄하다"는 날선 발언을 퍼부어 양국의 감정싸움이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은 지난 10일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에서 15% 가량 줄이기로 결정했다. 아소 총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매우 야심찬 계획"이라고 자평했다. 아소 총리는 또 "일본은 온난화 방지에 관해서라면 세계 각국의 모범이 될 만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소 총리의 자화자찬은 중국의 비웃음을 샀다. 중국의 위칭타이(於慶泰) 기후변화협약 특사는 "일본이 마땅히 줄여야 할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폄하했다. 일본이 내세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1990년 수준 대비 8% 감축에 불과하며, 유럽연합(EU)의 20% 감축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지난달 "온난화의 주범은 선진국들인데 정작 피해는 개발도상국들이 보고 있다"며 선진국이 1990년대 온실가스 배출량의 40%까지 줄여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발끈한 아소 총리는 "중국의 발언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반격했다. 아소 총리는 또 "온실가스 감축량을 더 늘릴 경우 일본 기업들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일본은 에너지 효율성 면에서 세계를 선도해왔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미국과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협상을 벌였지만 지나치게 완강한 태도를 보여 아무 소득도 없었다는 점도 일본을 더욱 발끈하게 했다. 중ㆍ미 양국은 전세계 온실가스의 40%를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아소 총리가 마냥 중국과 다투고 있을 만한 입장은 아니다. 일본 내부의 논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은 경기 회복을 위해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량을 늘려줘야 할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 최대 기업단체인 게이단렌(經團聯)은 10일 성명을 통해 "일본의 온실가스 감축량이 매년 4%씩 증가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며 "아소 총리가 정치적인 이해관계 탓에 지나친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반면 기후 전문가 및 환경단체들은 "이번에 너무 낮은 목표치를 설정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면목이 없게 됐다"며 수치스러워하는 분위기다. FT는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싼 일본과 중국 간의 갈등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깊은 골을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펜하겐 회의가 열리기까지 아직 수 개월의 조정 시한이 남아있지만, 미국ㆍ중국ㆍ일본ㆍEU 등을 주축으로 한 세계 각국의 의견차가 쉽사리 조정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