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잡으러 가지 않은 이유

잡으러 가지 않은 이유



흑83으로 끊자 백이 작전의 기로에 섰다. 잡으러 가려면 참고도1의 백1로 뻗어야 하는데 흑이 2로 버티면 중앙쪽 백도 아직은 미생이므로 조금 켕긴다. 형세가 나쁘다면야 무조건 그런 식으로 잡으러 가겠지만 형세도 좋은데 구태여 잡으러 갈 필요가 있을까. 3분을 망설이다가 콩지에는 백84, 86으로 안전책을 선택했다. 이렇게 되면 흑 87, 89의 강경책이 흑의 권리가 된다. 패로 살자는 수단이 생긴 것이다. 콩지에는 이 바둑을 끝낸 후에 기자들 앞에서 대국 당시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잡는 길로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최선의 길을 밟는다면 아마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잡지 않고 패를 내주더라도 상당히 유리한 바둑이라고 생각했다. 공연히 이 부근에서 시간을 소모했다가 나중에 초읽기에 먼저 들어가기는 싫었다.”(콩지에) 사이버오로의 해설을 맡은 송태곤9단은 참고도2의 백1, 3으로 여유있게 이긴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콩지에는 실전보의 백98, 100을 선택했다. 중앙을 잡는 것은 20집 남짓인데 실전은 안팎으로 25집 정도에 해당한다. 집으로는 비슷하지만 실전처럼 두어놓으면 좌상귀의 흑진에 갖가지 뒷맛을 엿볼 수가 있으므로 이쪽을 선택한 것이었다. “거의 승부가 판가름났습니다. 백의 완승 무드예요. 아마 이 바둑은 콩지에의 명국으로 기록될 겁니다.”(김만수) /노승일·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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